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1.13.
사진책시렁 131
《The Tree》
John Fowles·Frank Horvat
Little Brown & com
1979.
곁에서 담으면 넉넉합니다. 곁에서 바라보면 즐겁습니다. 곁에서 마주하며 이야기를 합니다. 곁에서 함께 가꾸고 짓고 나누면서 하루를 노래합니다. 곁에 있지 않다면 모릅니다. 곁에 없는데 억지를 부려서 담거나 옮기거나 쓰려고 하면 그저 ‘억지’가 나올 뿐입니다. 《The Tree》를 장만해서 읽은 지 오래인데, 자리맡에 놓고서 오래오래 돌아보다가, 고흥읍 부채나무(은행나무)를 떠올립니다. 전남 고흥 시골 읍내 길거리에서 자라던 숱한 부채나무는 목아지가 난데없이 잘렸습니다. 꽤 오래 잘 자라던 나무인데, 그만 짜리몽땅한 젓가락으로 바뀌더군요. ‘나무 아닌 젓가락’으로 꺾인 숱한 부채나무는 빛을 잃고 해롱거립니다. 이와 달리 몇 그루 부채나무는 ‘마당 안쪽’에 있기에 톱질을 안 받았어요. 스스럼없이 줄기하고 가지를 뻗는 부채나무는 줄기도 가지도 반짝이고, 잎망울이 몽글몽글 오르는 기운을 느낄 수 있어요. ‘아름나무’가 따로 없습니다. 우리가 곁에서 가꾸면 모두 아름나무입니다. 팔을 벌려 한 아름 안으면서 포근하게 마음을 나눌 나무입니다. 몇몇 그루만 ‘천연기념물’로 묶는 나라가 아닌, 길나무도 마당나무도 숲나무도 나란히 아름드리로 우거지는 숲길을 펼칠 적에, 사람도 사람빛이 반짝이리라 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