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1.12. 이무롭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새해를 맞이하고서 두 아이하고 “우리집 글눈뜨기”를 합니다. ‘글눈뜨기 = 문해력 수업’입니다. 일본스런 한자말 ‘문해력’을 굳이 ‘우리배움숲’에서 쓸 까닭이 없어 새말을 지었습니다. 길지 않게 날마다 하려고 하지만, 서로 이야기를 하노라면 어느새 한나절이 훌쩍 지납니다. 어제 나눈 말을 돌아보고서, 오늘 나눌 말을 헤아리다가, ‘고니’랑 ‘딸·아들’하고 얽힌 말밑풀이를 마쳤고, ‘이무롭다’라는 전라말도 말밑풀이를 마칩니다.


  전라남도에서는 ‘이무롭다’를, 전라북도에서는 ‘이무럽다’를, 충청남도에서는 ‘이물없다’를 으레 쓰지만, 셋이 섞이기도 합니다. 뿌리나 바탕이나 밑은 여럿이되, 낱말 하나가 문득 태어나서 말꼴이 조금 다르게 자리잡은 셈입니다.


  사투리 ‘이무롭다’를 풀어내고 나서 생각합니다. 인천에서 나고자라며 늘 밀물썰물을 보고, ‘미세기’라는 낱말도 어릴 적부터 알았으나, 서울사람은 ‘밀물썰물’을 모르고, 강원사람도 ‘밀물썰물’뿐 아니라 ‘미세기’는 아예 어림도 못 하더군요. 어떤 서울·강원사람은 “아니 ‘미세기’란 말이 어디 있어요? 당신이 지은 말인가요?” 하고 따지기도 했습니다. 그저 빙그레 웃을 뿐입니다.


  바다를 곁에서 품지 않은 살림이라면 바다말을 모르게 마련이에요. 저는 어릴 적부터 배를 으레 타면서 놀았습니다. 그러니 ‘뱃전’이나 ‘이물·고물’이란 낱말도 예닐곱 살부터 알았고 썼습니다. 그리고 ‘이물·고물’을 아예 들은 적조차 없는 사람을 수두룩히 만났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모든 말을 다 알 수 있고, 모든 말을 다 알아내지 못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틔우고 열어 가꾸면, 이제 처음 듣는 말이어도 새롭게 받아들여서 두루 헤아립니다. 마음을 안 틔우고 안 열고 안 가꾸면, 일본스런 한자말이나 중국스러운 글결이나 옮김말씨에 사로잡혀서, 그만 우리말을 영 모를 수 있어요. 스스로 우리말을 새롭게 배우는 사람이라면, 담벼락을 안 세우고 외곬로 치닫지 않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숲을 품어 사랑씨앗을 심는 하루를 짓습니다. 이뿐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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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9일 (금요일), 19시,

부산 중구 동광길 42, 6층 601호 〈곳간〉,

‘함께 쓰는 우리말 살림 사전’ 모임을 꾸린다.

말빛을 살피고 말꽃을 나누려는 이웃님이라면

즐거이 함께 하실 수 있다.


https://www.instagram.com/p/C18ZmEtp6fS/?img_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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