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아픈 몸 2022.3.23.물.
“어린이 마음이어야 하늘나라에 간다”는 말은 “누구나 하늘나라로 간다”는 뜻이야. 모든 사람은 ‘아기’로 태어나서 ‘아이’로 자랐거든. 스스로 아이인 줄 느끼는 그때에 하늘나라로 가지. 스스로 아이인 줄 느끼지 않으면 ‘몸은 아이’여도 하늘나라로 가지 않아. ‘나이 어린’ 사람이 가는 하늘나라가 아니야. ‘마음 여린’ 사람이 하늘나라에 간단다. 마음이 여리니 이웃을 부드러이 바라봐. 마음이 여리니 동무를 상냥하게 불러. 마음이 여리니 풀잎이 안 다치도록 가볍게 걷고, 마음이 여리니 바람을 가만히 마시며 조용히 숨을 고른단다. 마음이 여리지 않기에 거칠게 말하지. 마음이 여리지 않으니 둘레를 품지 않더라. 마음이 여릴 적에 어린이뿐 아니라 힘없는 어른을 고이 보듬는 손길을 뻗어. 네 몸이 여리다면 너는 너부터 고이 품고서 둘레를 고이 품는 숨빛을 바라고 바라보며 나아간다는 뜻이야. 네 마음이 여리다면 너는 너부터 고이 살피면서 둘레를 고이 헤아리는 눈빛을 편다는 뜻이지. 힘이 세거나 몸이 튼튼하거나 돈이 많을 적에 스스로 사랑하면서 둘레를 사랑할까? 마음이 굳세거나 단단하기에 스스로 생각하면서 둘레를 생각할까? 튼튼한 사람은 딱딱하지 않아. 참다이 센 사람은 깃철처럼 가볍고 부드러워. 얼핏 단단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몸이 굳거나 뻗뻗해서 새길을 안 받아들이더라. 언뜻 굳세어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마음을 꾹 닫아걸고서 새빛을 안 보더라. 여리고, 쉽게 아프고, 자주 앓는 너는, 누구보다 너를 스스로 차분히 깊고 넓게 바라보게 마련이야. 겉몸이 서둘러 튼튼하기를 바랄 적에는 아직 마음이 여물지 않은 터라, 풋내조차 없는 안 익은 채 굳어버릴 수 있어. 봄볕에 여름볕에 가을볕까지 고루 품어야 비로소 영글지. 여린이가 여무는 길을 가기에 ‘야무지다’고 한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