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무 아래에서
에릭 바튀 글 그림,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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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8.

그림책시렁 1337


《내 나무 아래에서》

 에릭 바튀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2001.3.20.



  모든 나무는 땅에 뿌리를 뻗습니다. 땅이 없는 곳에는 나무가 없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하늘집에 흙을 퍼옮겨서 나무를 심는 사람이 있어요. 비록 땅이 없더라도 흙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뿌리를 내리리라 여깁니다. 사람도 짐승도 땅이 있기에 발을 디디고, 땅에서 자라는 푸나무가 맺는 열매를 얻어서 밥살림을 잇습니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푸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을 땅이 없다시피 합니다. 부릉부릉 쌩쌩 시끄럽게 달립니다. 일터하고 배움터를 오가는 사람이 물결을 이루면서 끝없이 지나갑니다. 풀씨도 나무씨도 느긋이 깃들거나 자라거나 뻗을 틈이 없어요. 《내 나무 아래에서》는 “나무 곁에서” 보내는 하루를 보여줍니다. 프랑스에서는 “내 나무”처럼 쓸는지 모르나, 우리말로는 그저 ‘나무’요, 따로 “우리 나무”라 일컫습니다. “나무 아래 = 땅속”이에요. 책이름은 틀렸습니다. 우리는 “나무 아래”가 아닌 “나무 곁”이나 “나무 밑”에서 풀내음을 맡고 그늘을 누려요. 곰곰이 보면, 이제 땅을 잊고 흙을 잊으니, 말도 글도 잊어요. 나무빛을 잊으니 사람빛을 잊고 말빛도 나란히 잊겠지요. 언제쯤 나무 곁에 설 틈을 내려나요? 어느 곳에 나무씨앗 한 톨을 심고서 “우리 나무”로 품을 틈새를 두려나요?


#Aupieddemonarbre #EricBattut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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