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2.

오늘말. 쳇바퀴


바꿀 줄 모르면 배우지 않더군요. 바꿀 줄 아는 사람은 낡거나 늙는 일이 없이, 그저 새롭게 빛나더군요. 어느 일을 오래 했기에 뛰어나지 않습니다. 오래 붙잡느라 케케묵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오래 가꾸면서 늘 반짝인다면, 옛틀에 매이지 않으면서 새롭게 하루를 맞아들이는 마음이에요. 오래빛이 새빛입니다. 오랜길이 새길이고요. 우리 몸은 오랜빛을 품는다고 여길 만하면서, 노상 안 똑같은 나날을 헤아리는 새몸이기도 합니다. 버선을 안 갈아신거나 안 빨면 구린내가 나요. 그러나 오래 신기에 고리지 않아요. 너덜너덜한 줄 못 느끼기에 고리타분합니다. 묵다가 헐고 마는데 안 쳐다보니까 낡삭아요. 그냥그냥 흘러가는 딱딱한 틀이라 쳇바퀴입니다. 모든 하루는 돌고돌게 마련이니, 모든 나날은 안 새로울 수 없어요. 물려받은 대로 고스란하다가는 딱딱합니다. 내려온 대로 곧이곧대로라면 굳어요. 예부터 추위는 사흘을 안 간다고 했습니다. 사흘 얼고 나흘 녹는다지요. 요새는 날씨가 뒤틀린다고 여기는데, 날씨에 앞서 우리 스스로 빛잃은 굴레에 갇혔어요. 빛바래어 지끈거리는 짐덩이는 내려요. 이제부터 꿈을 바라면서 사랑으로 걸어요.


ㅅㄴㄹ


낡다·낡삭다·너덜너덜·허름하다·헐다·묵다·해묵다·케케묵다·바래다·빛바래다·빛잃다·까마득하다·아스라하다·지끈거리다·굳다·딱딱하다·옛날·옛길·옛멋·옛모습·옛버릇·옛것·옛빛·옛자취·옛틀·예스럽다·오래·오래되다·오래빛·오랜빛·오랜자취·같다·똑같다·고스란하다·곧이곧대로·고리다·고리타분하다·구리다·그대로·그냥·그저·쳇바퀴·물리다·물려받다·내리다·내려오다 ← 인습(因習), 인습(因襲)


사흘·사흗날·글피 ← 삼일(三日)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