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보이지 않는 (2023.4.25.)
― 인천 〈나비날다〉
긁히고 터지고 부러지더라도, 들뜨거나 서두르거나 두려워하지 않고서, 가만히 생채기를 바라보면, 어느새 아물면서 한결 반짝이는 살이 새로 돋아나요. 일하고 움직이며 살아갈 적에 배가 고플 수 있는데, 배고파서 또 먹어야 하는구나 싶어 두렵다고 여긴다든지, 숨을 쉬면 뱉어야 하니 귀찮거나 두렵다고 여긴다면, 삶이란 없겠지요. 다친 모든 곳은 아물 수 있어요. 아물려면 스스로 마음을 사랑으로 다스리면 넉넉하지요. 남을 쳐다보지 말고 나를 늘 사랑으로 바라보면, 다쳐도 아물 뿐 아니라 다칠 일부터 사라진다고 느낍니다.
보이는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한결같이 햇살도 별빛도 스며듭니다. 보이는 자리에서도, 안 보이는 자리에서도, 언제나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요.
어느새 어둡습니다. 저녁 19시부터 이은 ‘우리말 밑뜻 읽기’ 이야기는 21시를 훌쩍 넘어서 마칩니다. 긴긴 하루를 보내었으니 일찍 쉬어야지요. 며칠 뒤 4월 29일에는 《하루거리》를 그린 김휘훈 님이 꽃잔치를 하기에 다시 부천 언저리로 마실을 합니다. 이달 4월은 길에서 신나게 보내는구나 하고 돌아보면서 〈나비날다〉에서 숨을 돌립니다. 시골은 22시가 가까우면 서늘하지만, 인천은 22시가 가까워도 살짝 덥습니다. 푸나무가 얼마나 있느냐로 다릅니다.
요사이 어린이를 보면, 배움터에서 배움책만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적잖은 어른들이 어린배움터를 찾아가서 여러모로 이야기꽃을 들려줍니다. 다만, 배움틀(제도권 교육)에서는 이런 자리가 있으나, 집에서 스스로 익히는 어린이한테 널리 이야기꽃을 들려주는 어른은 드뭅니다.
더 들여다보면, 어린배움터는 여러 이야기를 들을 틈이 있되, 푸른배움터는 싹 닫아걸어요. 어린이가 푸름이를 지나 스무 살에 이르면, 이제 일자리를 찾아나서느라 바쁘고, 일자리를 찾으면 돈벌이뿐 아니라 집찾기로 빠듯하니, 스스로 살림길을 새로 배울 겨를이 없기 일쑤입니다.
앞으로는 서른 살이며 쉰 살 어른들이 배울 이야기꽃이 늘어야지 싶어요. 일흔 살에도 우리말과 풀꽃나무와 골목빛을 새롭게 배우는 자리를 열어야지 싶어요. 눈으로 보는 길만 조금 배우면 얕습니다. 마음으로 보는 숲을 차근차근 넓고 깊게 바라보고 품는 살림길로 나아갈 적에 비로소 어른답다고 느껴요.
어린이책은 어린이부터 어른이 함께 읽을 책입니다. 그림책은 아기부터 어버이 누구나 나란히 읽을 책입니다. 스무 살만 넘어도 어린이책을 등지는 분이 많은데, 오히려 스무 살부터 어린이책을 읽고, 서른 살부터 그림책을 읽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지구를 항해하는 초록배에 탑니다》(김연식, 문학수첩, 2021.7.16.첫/2021.12.31.2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