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수수꽃 (2023.4.25.)
― 인천 〈아벨서점〉
곰곰이 보면, 어느 고장이든 ‘마을꽃(지역자원)’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마을지기(지자체 공무원)가 ‘마을꽃’을 안 볼 뿐입니다. 그분들이 바라보는 마을꽃은 으레 돈일 뿐이더군요. ‘사람’을 보고, ‘마을’을 보고, ‘살림집이라는 보금자리’를 보고, ‘어린이’를 보면, 모든 길을 어질게 푸는 참빛을 스스로 찾아낼 만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가만히 보면, 어느 책이든 아름답게 살려쓸 수 있습니다. 나쁜책이나 좋은책으로 가를 수 없습니다. 얄궂거나 엉터리 같구나 싶은 책이 있지만, 이런 책조차 거울로 삼아서 배울 만합니다. 시늉이나 흉내로 가득한 책도 거울입니다. 꾸미거나 치레하는 책도 거울입니다. 많이 팔리기는 하되 알맹이가 없는 책도 거울이에요.
거울로 삼는 책은 스스로 안 빛납니다. 스스로 빛나는 책은 수수하더군요. 수수꽃이 아름꽃이요, 수수글이 아름글이며, 수수낯이 아름낯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바라볼 ‘페미니즘’은 ‘수수꽃(수수한 꽃)’인 ‘어깨동무’일 때에 비로소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뛰어나거나 빼어나거나 훌륭해야 하는 길이 아닙니다. 빼앗긴 몫을 찾아내는 길이 아닙니다. 모든 순이돌이가 서로 수수하게 바라보면서 수수하게 사랑빛을 깨달아 수수하게 보금자리를 일구어,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손길을 나누면서 어깨동무하기에 아름답고 즐거워요.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에 깃듭니다. 저녁에 ‘화도진도서관·아벨서점 독서동아리, 우리말 어원읽기’라는 이야기꽃을 폅니다. 그때까지 틈이 있으니 오늘 새롭게 배울 책을 천천히 살핍니다. 그동안 읽은 책이 많더라도 오늘 읽을 책은 새삼스럽습니다. 여태 읽은 책이 대단하거나 놀랍더라도 오늘 새록새록 읽으려 하지 않는다면 고여서 썩습니다.
사람도 살림도 사랑도 물이요 바람이에요. 흐르지 않는 물과 바람은 고여서 썩습니다. “하루라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친다”라는 말씀은, 누구나 사람으로서 냇물처럼 배움바다로 살 노릇이라는 뜻입니다. 많이 배우거나 크게 배울 일이 아닙니다. 날마다 꾸준히 배우면서 즐겁게 노래하기에 넉넉해요.
누구나 ‘그냥’이면서 ‘모두’라고 느껴요. 그냥 엄마아빠이고, 그냥 책이고, 그냥 사람이고, 모두 엄마아빠에 책에 사람에, 반짝이는 봄비입니다. 그저 삶이요, 그대로 살림이고, 고스란히 사랑입니다. 굳이 보태거나 더하거나 붙여야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다르면서 환한 넋이요 숨결이에요.
ㅅㄴㄹ
《韓國現代詩文學大系 24 金洙暎》(김수영, 지식산업사, 1981.6.10.첫/1982.1.25.재판)
- 선인고등학교 도서실
《광화문, 촛불집회 기념시집》(전창옥·임백령, 전북대학교 출판문화원, 2017.3.30.)
《20世紀는 바빠서 그렇다》(서정길, 열화당, 1985.1.20.)
《눈물이 방긋》(조하연 글·최라윤 그림, 청색종이, 2019.10.26.)
《신포동, 그 낯익음에 대한 낯설음》(이종복, 다인아트, 2009.1.25.첫/2009.11.30.2벌)
《꽃이, 이제 地上과 하늘을》(김준태, 창작과비평사, 1994.10.20.)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고정희, 창작과비평사, 1992.6.9.첫/2008.6.30.15벌)
《하버드의 솔제니친》(로날드 버만 엮음/박대진 옮김, 홍성사, 1983.3.31.)
- 안종이에 적은 글자락을 붙여서 가리다
《豫算制度》(진봉현, 신한문화사, 1965.8.15.)
《講座 三國時代史》(이만열, 지식산업사, 1976.11.30.첫/1985.3.20.재판)
《軍備競爭》(ノエル=ベ-カ-/前芝確三·山手治之 옮김, 岩波書店, 1963.1.25.)
#TheArmsRace #PilipNoelBaker 1958
《교양국사 총서 2 한국의 고분》(김원룡,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74.12.15.)
《교양국사 총서 8 토기와 청동기》(한병삼,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74.12.30.)
《세종대왕과 훈민정음》(박종국,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84.12.31.첫/1996.4.30.4판)
《하늘님, 나라를 처음 세우시고》(최래옥, 고려원, 1989.12.5.첫/1991.6.10.재판)
- 91 진중문고
《민족문화문고 목민심서 4》(정약용/김동주 옮김, 민족문화문고간행회, 1986.10.30.)
《동학 성립과 이야기》(조동일, 홍성사, 1981.7.5.)
《1862년 농민항쟁》(망원한국사연구실 19세기 농민항쟁분과, 동녘, 1988.6.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