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지평선 2023.12.13.물.
하늘을 보며 살아가던 사람은 ‘하늘’이라는 말을 지었어. 마음을 나누고 느끼고 일구며 살아온 사람은 ‘마음’이라는 말을 지었어. 비를 보고 마시며 살던 사람은 ‘비’라는 말을 지었어. 바다를 품고 생각하며 살았으니 ‘바다’라는 말을 지었어. 사람이 서는 자리를 살피면서 ‘사이’를 짓고, 사이좋게 가지 않을 적에 ‘싸우다’를 짓지. 누구나 하루를 보내지만, “삶을 누린다”고 하기는 어려워. 그저 흘러가거나 지나가는 때라면 쳇바퀴일 뿐이야. ‘삶(사는 하루·길·날)’이라는 말로 나타내려면, 몸으로 겪고 느끼면서 마음으로 담는 이야기가 늘 새롭게 샘솟아서 스스로 살피고 ‘말’을 짓거든. 네가 보고 듣고 느끼는 대로 ‘네 말’을 그리거나 빚거나 짓거나 엮지 않는다면, 넌 네 하루를 살지 않았다는 뜻이야. 모든 말이란 모든 삶이야. 그래서 삶이 없는 사람은 ‘삶짓기·말짓기·마음짓기’가 없기에 ‘살림짓기·사랑짓기·꿈짓기’가 없어. 삶이라 여길 수 있을 적에 살림이 있어. 말로 그릴 수 있을 적에 사랑을 일으켜. 마음에 담을 적에 꿈을 헤아리고 나아가지. 들끝이 하늘하고 맞닿는 들금(지평선)을 보니? 들금을 보는 사람은, 들하고 하늘이 어우러지는 길을 천천히 품으면서 풀어내는 씨앗을 심어. 물금(수평선)을 보는 사람은, 물·바다랑 하늘이 함께하는 살림을 가만히 노래하면서 노는 씨앗을 묻어. 하늘은 땅에 깃들고, 땅은 하늘로 뻗어. 하늘은 땅에 깃들면서 사람과 숱한 숨결로 스미고, 새삼스레 땅에 풀꽃나무에 고요히 물들면서 환하게 피어난단다. ‘금’은 ‘끝’을 알리면서 ‘꽃’처럼 새로 나아가는 첫길을 그려서 보이는 곳을 보여준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