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0.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이식·전원경 글, 책읽는고양이, 2000.6.30.



엊저녁에는 일찍 곯아떨어졌다. 꽤 읽고 걷다 보니, 도무지 글을 쓸 팔심이 안 솟더라. 이른아침에 짐을 꾸린다. 앞뒤로 책짐을 묵직하게 지고 안고 칙칙폭폭 타고서 마산에서 내린 뒤 순천으로 건넌다. 순천에서는 버스나루로 다시 옮기고서 한 시간을 기다려 고흥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린다. 고흥읍에서 또 한 시간을 기다려 우리 옆마을로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타고, 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간다. 고흥으로 돌아오니 비로소 트인 하늘을 보고, 구름을 살핀다. 대구에서도 순천에서도 빽빽히 가린 잿더미(아파트 단지)에 막혀 하늘빛을 살필 수 없더라. 게다가 온갖 곳에 쇳덩이(자동차)가 너무 많아서 골목을 느긋이 걸을 수 없다.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를 읽었다. 바꾸지 않아도 즐거운 나라인 그곳이기보다는, 부드러이 바꾸면서 아늑한 그곳이라고 해야 어울리지 싶다. 등허리랑 발바닥을 쉬며 일찍 눕는다. 밤에 문득 빗소리를 듣고 내다보니 어느새 마을을 포근히 적시고 하늘을 씻는구나. 와라락 갈아엎어야 할 때도 있으나, 누구나 모든 하루가 어제하고 다르다. 새날이다. 가만히 가다듬고 천천히 바꿀 일이다. 삶자리부터 스스로 사랑으로 돌보면, 마을하고 나라도 어느새 반짝반짝 거듭나겠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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