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집 - 불을 켜면 빵처럼 부풀고 종처럼 울리는 말들
안희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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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2.20.

읽었습니다 283



  한자말 ‘단어’는 배움터부터 씁니다. 삶이라는 자리에서는 이 한자말을 쓸 일이 없습니다. 그저 ‘말’이니까요. 마음을 담아내는 소리인 ‘말’이고, 모든 말은 우리 ‘삶’을 고스란히 담습니다. 삶은 마음에 담기는데, 마음에 담긴 삶을 서로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내기에 ‘말’이에요. 주고받는 말이라면 ‘이야기’이고, 말을 낱낱이 바라볼 적에는 ‘낱말’입니다. 《단어의 집》을 읽는데, 글쓴이는 말이 무엇인지 그다지 살피지 않는 듯싶습니다. 유난한 낱말을 쓰려 하고, 글바치로서 튀고 싶은 낱말을 어렵게 끌어들이려고 합니다. “단어의 집”은 무늬는 한글이되, 그냥 일본말씨입니다. “낱말집”이나 “말이 사는 집”이나 “낱말네 집”처럼 못 써야 할 까닭이 있을까요? 누구나 “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단어생활자’처럼 써야 뭔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 = 사는 넋’입니다. 한자말이나 영어나 여러 바깥말을 꿰지 않고, 우리말로 마음을 밝힐 수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단어의 집》(안희연, 한겨레출판, 2021.11.24.)


+


저는 단어생활자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 저는 낱말살림꾼입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 저는 낱말로 산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6쪽


이 책의 주인은 제가 아니라 말의 최소단위인 단어이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 이 책은 제가 아니라 말에서 밑동인 낱말이 임자이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 이 책은 제가 아니라 말을 이루는 낱말이 기둥이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6쪽


소망 앞에 붙은 형용사가 까다로운인 까닭을 우선 생각했다

→ 꿈 앞에 붙는 말이 까다로운 까닭부터 생각했다

→ 먼저 꿈 앞에 붙는 그림씨가 왜 까다로운지 생각했다

14쪽


소망의 크고 작음을 분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 꿈이 크거나 작다고 가를 수부터 없다고도 생각한다

→ 마음이 크고 작다고 그을 수부터 없다고도 생각한다

16쪽


잔의 외형이나 크기로 인해 차별당하거나 파괴당하지 않도록

→ 그릇 모습이나 크기로 따돌리거나 부서지지 않도록

→ 그릇 생김새나 크기로 내치거나 다치지 않도록

25쪽


서로의 규모를 존중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 서로 그릇을 아끼면서 살 수 있는 곳을 꿈꾼다

→ 서로 돌아보면서 살 수 있는 터전을 꿈꾼다

25쪽


그런 의미에서 시는 내가 아는 가장 간결한 형태의 다반이다

→ 그래서 노래는 내가 아는 가장 깔끔한 그릇이다

→ 그래서 노래는 나로서는 가장 단출한 잎그릇이다

32쪽


그래서 꽃이 왔을 것이다

→ 그래서 꽃이 온다

→ 그래서 꽃이 오겠지

147쪽


매 순간이 허들이다

→ 늘 갑갑하다

→ 언제나 부딪힌다

→ 노상 걸리적댄다

→ 모두 담벼락이다

25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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