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4.


《엄마하고 나하고》

 박경종 글, 백록출판사, 1981.11.10.



시골버스를 타려고 들길을 걸어 옆마을로 간다. 우리 보금자리는 시골치고는 시골버스가 자주 온다. 두어 시간에 하나이다. 서울내기는 버스가 5분만 늦어도 투덜대는데, 두어 시간마다 들어오는 버스는 으레 15분 늦게 온다. 읍내에서 바깥일을 본다. 다시 시골버스를 탄다. 또 들길을 걸어 집으로 온다. 읍내만 나가도 시끄러운 곳이다. 드디어 시골버스를 내려 들길을 거닐어 마을로 돌아오면, 바람이 들려주는 소리에 새가 베푸는 노래에 구름이 흐르는 숨소리를 듣는다. 우리 집 아이들은 ‘구름소리’를 안다. 그러나 요새 구름소리를 듣고 아는 아이어른은 어디에 몇이나 있을까? 숲노래 씨가 여미는 낱말책하고 글책에는 별소리·구름소리·풀꽃소리·숲소리·바닷소리·들소리를 담으려고 한다. 아직 안 알아채는 분이 많더라도, 머잖아 알아듣고 어깨동무할 이웃이 있으리라 본다. 《엄마하고 나하고》를 되읽었다. 1984년 즈음 우리 아버지 책시렁에서 처음으로 슬쩍 엿보던 때에도, 2023년 겨울에 곰곰이 되읽는 때에도, 참 엉터리라고 느낀다. 말장난에 ‘동시’란 허울을 씌웠고, 그냥 ‘동심천사주의 + 일제강점기 찌꺼기’에 머문다. 이런 글을 ‘어린이문학’이라며 아이들한테 읽힌 이 나라는 어제도 오늘도 앞날도 캄캄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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