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함께 있을게 웅진 세계그림책 120
볼프 에를브루흐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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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2.14.

그림책시렁 1324


《내가 함께 있을게》

 볼프 에를브루흐

 김경연 옮김

 웅진주니어

 2007.10.31.



  열여섯 살 아이가 여덟 살이던 무렵에 《내가 함께 있을게》를 함께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즈음 아이는 이 그림책이 어렵다고 얘기했습니다. 열여섯 살에 이르러 다시 읽고 싶다고 하기에 스스럼없이 챙겨서 건네었습니다. ‘테리 프래쳇’ 님이 쓴 《디스크 월드》를 읽고서 ‘죽음’을 다룬 그림책을 새로 살피고 싶다고 하더군요. 《내가 함께 있을게》를 차근차근 되읽은 아이는 굳이 안 읽어도 되었다면서 쓸쓸히 웃습니다. 왜 그러냐 물으니, 이 그림책은 죽음도 삶도 제대로 못 다루거나 안 다뤘다고 얘기합니다. 그래요, 어느 모로 보면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책이름부터 잘못 옮겼습니다. 독일말로는 “오리, 죽음, 봉긋꽃(Ente Tod und Tulpe)”으로 나왔는데, 왜 뜬금없이 바꿨을까요? 책이름만 바뀌었을까요? 몸글도 잘못 옮긴 데가 있지 않을까요? 삶이 좋거나 죽음이 나쁘지 않습니다. 우리 넋한테는 죽음이 없습니다. 우리 몸한테만 헌옷과 새옷이 있습니다. 풀줄기한테서 얻은 실로 짠 옷은 닳으면 흙으로 돌아가 새롭게 풀로 자랍니다. 그러면 새 풀줄기한테서 새 실을 얻어 새옷을 짓지요. 몸도 이와 같아요. 넋은 옷처럼 몸을 갈아입습니다. 이 그림책은 ‘봉긋꽃을 든 죽음’이라는 대목을 제대로 안 짚으면 샛길에서 헤맵니다.


ㅅㄴㄹ


#EnteTodundTulpe #WolfErlbruch


+


《내가 함께 있을게》(볼프 에를브루흐/김경연 옮김, 웅진주니어, 2007)


얼마 전부터 오리는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 오리는 얼마 앞서부터 야릇했습니다

→ 오리는 요사이에 꺼림했습니다

→ 오리는 요즈음 뭔가 느꼈습니다

4쪽


대체 누구야? 왜 내 뒤를 슬그머니 따라다니는 거야?

→ 누구야? 왜 내 뒤를 슬그머니 따라다녀?

4쪽


지금 나를 데리러 온 거야?

→ 오늘 나를 데리러 왔어?

→ 이제 나를 데리러 왔니?

6쪽


나는 네 곁에 있었어. 만일을 대비해서

→ 나는 네 곁에 있어. 기다리면서

→ 나는 네 곁에 있어. 지켜보면서

7쪽


독감에 걸린다거나 사고가 난다거나

→ 고뿔에 걸린다거나 다친다거나

8쪽


죽음만 아니라면 괜찮은 친구였습니다

→ 죽음만 아니라면 반가운 동무입니다

→ 죽음만 아니라면 서로 즐겁습니다

10쪽


아무도 죽음에게 그런 제안을 해 준 적이 없었습니다

→ 아무도 죽음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 아무도 죽음한테 이렇게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17쪽


나무 위에 있으니 괴상한 생각만 든다

→ 나무에 오르니 얄궂은 생각만 든다

26쪽


아주 조용히 누워 있었습니다

→ 아주 조용히 누웠습니다

30쪽


하지만 그것이 삶이었습니다

→ 그런데 삶은 이렇습니다

→ 그러나 삶이란 이런걸요

3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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