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생활 - 부지런히 나를 키우는
임진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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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2.11.

읽었습니다 278



  이제는 옛날이 아니라서 누구나 글을 읽고 쓴다. 다들 참 쉽게 잊는데, 조선 500해에는 나리(양반) 아닌 이가 어깨너머로라도 글을 훔쳐보면 볼기를 얻어맞거나 목숨을 잃었다. 나라님이 훈민정음을 내놓았어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글을 볼 일도, 붓을 쥘 겨를도 아예 없었다. 《읽는 생활》은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 오늘날 나온 책인데, 어쩐지 읽을수록 담벼락에 갇힌 듯하다. ‘삶(생활)’을 드러내기보다는 ‘이렇게 산다’고 꾸미거나 보태거나 치레하려는 글이 자꾸 흐른다. 굳이 글을 쓰거나 읽어야 할까? 삶이 있고서야 글이 저절로 나와야 하지 않을까? 삶부터 일구면서 피우는 하루가 아닌, 아무튼 글을 읽거나 쓰려고 달려들면, 이 책처럼 어영부영 치레잔치에서 머물 듯싶다. 스스로 하루를 사랑하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마음이라면, 하늘도 읽고 땅도 읽고 마을도 읽고, 무엇보다도 우리 속빛을 읽는다. 읽지 않고 억지로 붓을 쥐면, 되레 넋을 잃고 빛을 잊고 무늬로만 글을 쏟아낸다.


《읽는 생활》(임진아, 위즈덤하우스, 2022.10.26.)


+


별달리 할 일이 없어서 옆 동네에 사는

→ 달리 할 일이 없어서 옆마을에 사는

13


할 일이 없어도 일단 만나는 게 우리였다

→ 우리는 할 일이 없어도 만났다

13


속독 교실에서의 내 존재는 당연히 불청객에 가까웠다

→ 나는 빠른읽기 모둠에서 불쑥손님이었다

→ 빨리읽기 모둠에서는 나를 껄끄러이 여겼다

15


빈자리에 앉아서 실시간으로 속독의 행위를 관찰하는 사람이 되었다

→ 빈자리에 앉아서 빨리읽기를 바로바로 지켜보았다

→ 빈자리에 앉아서 빠른읽기를 곧장 바라보았다

15


책의 내용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 줄거리를 나누는 때이다

→ 이야기를 나누는 때이다

15


카레를 끓이면서 하는 독서는 나를 번번이 일어나게 만든다

→ 카레를 끓이면서 읽으면 자주 일어나야 한다

→ 카레를 끓이면서 읽자면 자꾸 일어나야 한다

17


조금 일찍 경험하게 된 아름다움이었을까

→ 조금 일찍 아름다움을 맛봤을까

→ 조금 일찍 아름다움을 보았을까

21


오늘의 좋은 점을 찾으려는 태도가 무의식에 자리잡았는지 모르겠다

→ 오늘 좋았던 일을 나도 모르게 찾는 버릇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29


사전적인 의미가

→ 뜻풀이가

→ 말풀이가

→ 말뜻이

29


그저 비슷한 날들이 이어졌다면 나는 몇 번의 여행을, 공연을 만났을까

→ 그저 비슷한 날이 이었다면 얼마나 마실을 하고 마당놀이를 만났을까

→ 그저 비슷한 날이었다면 얼마나 나들이하고 놀거리를 만났을까

33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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