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12.8. 고이 고히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그제는 ‘세상·대부분·범위’라는 한자말이 어떻게 퍼졌는가를 새삼스레 짚으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어젯밤은 ‘일생일대’로 적되 ‘一生一大·一生一代’처럼 한자만 살짝 다룬 말씨를 가다듬었어요. 굳이 이런 한자말을 쓰려는 분이 있으니,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서 추스릅니다.


  아마 적잖은 분은 그냥그냥 아무 말이든 씁니다. 거의 모두라 할 사람들은 어느 말이건 대수롭잖게 여기면서 휙휙 쓰고 지나갑니다. ‘고이’라 적을 자리에 ‘고히’라 잘못 적은 ‘서울대 법대 교수’ 이야기가 조금 시끌벅적하게 도마에 올랐습니다만, 그야말로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얼마나 바보처럼 아무렇게나 팽개치는지 잘 보여주는 셈입니다.


  우리말 ‘곱다·아름답다’가 어떻게 비슷하지만 다른가를 모르니 ‘고이·고히’가 헷갈립니다. ‘곱다’는 ‘굽다’하고 맞물리고, ‘굽다·휘다’는 비슷하면서 다릅니다. ‘곱다’에서는 ‘곰·곰곰이·고요·골·굴·구멍’ 같은 우리말이 가지를 뻗고, ‘굽다’에서는 ‘구이’나 ‘굽·구두·굳다·굳세다·꿋꿋’ 같은 우리말이 뿌리를 뻗어요.


  작거나 수수하거나 흔한 말씨 하나를 눈여겨보면서 다듬고 살피고 갈무리할 줄 알 때라야 비로소 ‘어른’이라고 합니다. 삶자리에서 누구나 쓰는 삶말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아직 ‘철없는’ 나이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제 철든 마음에 눈빛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요? 말만 많이 늘어놓기보다는, 모든 말마다 마음을 고이 담아서 펴고 나누며 스스로 새기고 배우면서 고개숙일 줄 알아야 ‘어른’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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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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