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2.3.

오늘말. 앎빛


아직 모르는 사람하고 다 아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하고 곰곰이 보면 언제나 확 벌어져요. 숲을 등지는 사람은 하나같이 아는 척입니다. 들숲을 품는 사람은 언제나 환합니다. 들숲내를 모르는 사람은 쳇바퀴에 스스로 갇힌 줄부터 몰라요. 들숲바다를 아우르는 사람은 온누리를 사랑하는 사람꽃이나 사람빛으로 슬기롭게 하루를 짓더군요. 하늘을 보면서 날을 헤아리기에 삶을 꿰뚫어봅니다. 구름하고 바람이 어떠한지 모르는 똑똑한 척으로는 살림을 못 지어요. 들에 집을 지어야만 들살이라 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도 시골에서도 저마다 푸르게 숲살이를 이룰 터전을 닦고 일굴 적에 비로소 숲빛을 펴면서 어진 사람으로 밝게 생각합니다. 아무나 앎빛이지 않아요. 책을 많이 읽는들 바로알지는 않아요. 해바람비를 모르는 삶자락에는 아무런 빛도 꿈도 사랑도 없어요. 비랑 바람을 받아들여요. 해바람하고 비흙을 고이 맞아들여요. 부릉부릉 매캐한 잿터(아파트 단지)는 이제 멈추고서, 새랑 풀벌레랑 벌나비하고 동무하는 푸른터로 거듭나요. 큰숲이 아니어도 됩니다. 온숲이면 됩니다. 멧숲으로 둘러싼 마을은 아늑하지요. 멧들내숲이 사람을 살립니다.


ㅅㄴㄹ


너른숲·숲·날씨·날·터·터전·흙·시골·들·들꽃·들빛·벌·벌판·한벌·들내숲·들숲·들숲내·들숲바다·멧들·멧들내숲·멧들숲바다·멧숲·숲들·숲들내·숲들바다·숲빛·온들·온숲·큰들·큰숲·푸르다·푸른숲·풀빛숲·푸른자리·푸른터·풀빛자리·풀빛터·들살림·들살이·숲살림·숲살이·숲터·숲터전·숲울·비바람·비바람해·비바람해흙·해바람·해바람비·해바람비흙·살림자락·살림자리·살림터·삶자락·삶자리·삶터 ← 자연조건(自然條件)


꿰다·꿰뚫다·꿰뚫어보다·다 알다·모두 알다·똑돌이·똑순이·똑똑하다·똑똑이·바로알다·밝다·사람꽃·사람책·사람빛·사람책숲·사람책빛·슬기롭다·슬기님·앎꽃·앎빛 ← 만물박사(萬物博士)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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