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2.3.
오늘말. 께
스스로 생각해서 길을 밝히면 언제나 스스로 배우면서 스스로 빛납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니 심부름꾼에 머물러요. 남이 맡기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니 끄나풀이요, 망석중입니다. 앞잡이는 얼핏 앞에 서는 듯 보이지만, 허수아비로 앞에 놓을 뿐라서 사랑이 싹트지 않습니다. 볼꼴사나운 꼭두각시입니다. 속으로 여물지 못 하는, 껍데기만 알랑거리는 잔챙이예요. 이름값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나답게 서는 곳에 섭니다. 어깨힘도 주먹힘도 놓아야 길눈을 틔우는 얼거리를 열지요. 오늘 우리는 어디 께에 있는가요? 앞으로 어느 켠을 보면서 나아갈 셈인가요? 혼자 가지려 하니 강파릅니다. 함께 나누려 하기에 여윈 이웃을 도우면서 활짝 웃어요. 내 몫만 챙기려 하면 몰골사나워요. 노른자위만 차지하려고 드는 얕은 마음을 벗을 때라야 곱게 깨어납니다. 너머를 바라봐요. 온누리를 돌아봐요. 해가 뜨는 자리를 살피고, 별이 돋는 하늘을 품어요. 움켜쥐기만 하기에 마음이 밭고 애가 탑니다. 사람을 자꾸 가르니 깡마르고 말지요. 홀가분하게 너머길에 한 발짝 내딛어 봐요.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어깨동무로 누리빛을 가꾸어 봐요.
ㅅㄴㄹ
심부름꾼·꼭두각시·끄나풀·똥개·망석중·잔챙이·허수아비·알랑거리다·앞잡이 ← 청부업자
야위다·여위다·밭다·마르다·깡마르다·강파르다·몰골사납다·볼꼴사납다·벗다·놓다·내려놓다 ← 육탈(肉脫)
가르다·나누다·가지·갈래·고리·곳·길·길눈·길꽃·께·녘·켠·판·쪽·자리·자위·대목·데·모습·몫·모가치·얼개·얼거리 → 부문(部門), 부서(部署)
누리나라·누리길·누리빛·너머나라·너머빛·너머길 ← 메타버스(metavers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