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장정일 자선시집
장정일 지음 / 책읽는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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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3.

노래책시렁 325


《서울에서 보낸 3주일》

 장정일

 청하

 1988.8.30.



  가르친다고 배우지 않습니다. 가리킨다고 알아보지 않습니다. ‘가르치다·가리키다’는 얼핏 비슷해 보이나 다른 낱말인데, 예전에는 두 낱말을 헷갈리는 사람을 거의 못 봤으나, 이제는 길잡이(교사) 가운데 두 낱말을 옳게 가려서 쓰는 사람을 보기가 오히려 어렵더군요. ‘가르치다’는 ‘가르다 + 치다’에서 나온 낱말입니다. ‘가리키다’는 ‘가리다 + 키우다’에서 나온 낱말입니다. 영어로 보면 ‘teach’하고 ‘touch’는 비슷하되 아주 다른 말입니다. 《서울에서 보낸 3주일》은 언제 되읽어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장정일 님은 요새 스스로 새롭게 노래를 쓰는지 안 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1988년에 선보인 글자락은 그무렵 우리 터전을 스스로 바라보는 눈썰미를 보여주면서 재미있습니다. 2023년 오늘에는 어떤 눈썰미를 펼 만할까요? 2023년에도 1988년 눈썰미 그대로이면 될까요, 아니면 스스로 거듭나거나 자라나거나 키운 눈망울을 들려줄 수 있을까요? 책집마실을 하다가 1988년 노래책 《서울에서 보낸 3주일》하고 2023년 어느 이름난 글바치 책이 나란히 꽂혔다면, 저는 이름난 글바치 책은 거들떠보지 않고 1988년 노래책을 다시 살 마음입니다. 다만, 장정일 님이 새로 선보이는 책보다 이녁 1988년 글에 눈이 가고요.


ㅅㄴㄹ


먼저 / 치마와 살양말을 그대로 둔 채 / 그녀의 스웨터를 단번에 / 가슴까지 치밀어 올릴 것 / 그런 다음 / 당신의 출신 대학 문장이 새겨진 / 혁대의 바클로 / 그녀의 하얀 등허리를 / 후려 갈길 것! / (곧바로 당신은 / 정신병원에 갇히고 / 그녀는 약국으로 달려가 / 파스를 사 붙인다 (촌충·8/41쪽)


〈중앙〉에서 다시 편지가 왔다 / 변방에서의 설움을 벌써 잊었느냐고 / 〈중앙〉에 와서 숨은 능력을 뽐낼 생각이 없느냐고 / 이 기회를 놓치면 특혜는 다시 주어지지 않는다고 /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중앙〉과 나/77쪽)


예쁘고 쓸 만한 애들은 모두 배우가 되려 하고 / 요사이 학생들은 새로 나온 춤에만 관심을 갖는다 / 그러나(그러나 : 강한 부정) 소녀경을 고전으로 추천하는 문교부 / 행정이 어찌 학생들의 부실을 탓하리 어느 날인가 나는 (열 사람/8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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