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다
최하현 지음 / 부크크(bookk)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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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30.

인문책시렁 286


《닮다, 나와 비슷한 어느 누군가에게》

 최하현

 부크크

 2020.10.8.



  《닮다, 나와 비슷한 어느 누군가에게》(최하현, 부크크, 2020)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속으로 품은 생채기를 한 올씩 꺼내는구나 싶은데, 생채기마다 피고름이 응어리로 졌다고 합니다.


  속으로 묻은 생채기를 들출 적에는 누구나 으레 “왜 그랬어!” 하고 따지고 싶어요. “왜 몰라!” 하고 묻고 싶습니다. 따지거나 묻는들 후련할 만한 말을 듣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따지려고 첫 마디를 뱉는 날부터 조금씩 바뀌어요. 불타오르듯 물어보는 날부터 어느새 달라집니다.


  여태껏 제대로 말로도 몸짓으로도 마음을 드러내지 못 한 사람은 글쓴이뿐 아니라, 글쓴이 어버이에 여러 이웃입니다. 다들 마음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 하면서 오늘까지 살아왔어요.


  우리 마음은 다치는 일이 없습니다. ‘마음이 다쳤다’고 여길 수 있을 뿐, 막상 우리 마음은 언제 어디에서라도 안 다칩니다. 우리 마음은 모든 느낌을 고스란히 담기만 합니다.


  담기만 하는 마음인 줄 알아볼 수 있다면, 남이 아닌 나부터 바꿀 수 있어요. 남들더러 바꾸라고 할 까닭이 없거든요. 남들이 바꾸건 안 바꾸건 내가 바꾸면 될 뿐이에요.


  다르기에 담습니다. 다르기에 담아서 닮습니다. 닮은 사이라면 서로 담았다는 뜻이요, 담기는 했지만 다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같은’ 사이라면 담지 않아요. ‘같을’ 적에는 오롯이 하나입니다. 우리가 서로 오롯이 하나가 아니니, 담고 닮으면서 다릅니다.


  이제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닮거나 담는다고 할 적에는 다르다는 뜻이에요. 서로 닮거나 담았지만 바탕이 다르니, 말이나 삶이 엇갈리거나 부딪혀요.


  그리고, 닮거나 담으면서 다른 둘은, 머잖아 ‘다다르’려고 합니다. ‘다 다르기’에 ‘다다르(닿으)’려고 합니다. 다른 둘은 한참 벌어진 채 살아왔지만, 다 다르게 살아온 길이 닿을(다다를) 곳을 살피는 몸짓이라고도 할 만해요. 걱정할 일도 까닭도 없이, 그저 마음에 사랑을 담으면 됩니다. 사랑이 싹트도록 다독이고 달래면 됩니다.


ㅅㄴㄹ


그 시절 담임 선생님이 내 이름을 개명하는데 훼방을 놓았다. 나의 이름이 너무 예쁜데 왜 바꾸려 하냐며 엄마와 나를 설득했다. 나는 그 설득에 넘어간 아주아주 어린 어린이였다. (7쪽)


이걸 쓰면서 느끼는 건 내가 나한테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 말을 들어주는 이의 말을 내가 먼저 잘 들어줘야 한다는걸. (15쪽)


우리 부모님은 왜 그렇게 나를 그런 순간들에 놓이게 했을까? 왜 그렇게 방임과 무시 속에서 아이를 놓아둔 것일까? 부모님은 분명 진짜 열심히 사셨다. (32쪽)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안다는 건 정말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46쪽)


나는 멀리서 소식을 접하면서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미친 자에게는 그곳을 떠나지 않는 이상 벗어날 수 없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꼭 버티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주고 싶다. 아무도 나를 상처 입히고 못살게 굴 권리는 없으며, 그런 사람에게 비굴해질 필요도 없다는 걸 나는 두 번의 미친 자를 만나면서 배웠다. (7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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