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1.28.
그림책시렁 1220
《The Biggest Smallest Fastest Tallest》
Robert Lopshire
Scholastic
1980.
귀를 기울인다면, 지렁이가 땅밑에서 꼬물꼬물 기면서 흙을 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눈을 뜬다면, 아지랑이가 하늘하늘 춤추다가 구름을 이루더니 눈이나 비를 내리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귀를 연다면, 여름에 떠나는 철새에 이어 가을에 들어서는 철새가 날갯짓을 하며 울리는 소리가 하늘을 덮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어요. 눈을 틔운다면, 바람 한 줄기에 별빛 한 자락에 내려앉아서 우리 보금자리에 사뿐히 내려앉는 줄 느낄 만합니다. 《The Biggest Smallest Fastest Tallest》는 무엇이 크거나 작거나 빠르거나 껑충한지를 들려줍니다. 크거나 작거나 빠르거나 껑충한 몸으로 어떤 살림을 펴고 어떤 이야기가 흐르는지 차근차근 알려주고요. 더 나은 몸이나 더 좋은 길이 아닌, 다 다르면서 저마다 새로운 하루입니다. 이렇게 해야 하거나 저렇게 가야 하지 않아요. 누구나 스스로 즐겁게 맞이하면서 신나게 살아가는 나날입니다. 키가 크다면 큰 대로 누려요. 키가 작으면 작은 대로 즐겨요. 힘이 세다면 센 대로 일을 하고, 힘이 적다면 적은 대로 일을 맡습니다. 제비는 매처럼 날지 않습니다. 고니는 나비처럼 날지 않아요. 개미는 길앞잡이처럼 뛰지 않아요. 어린이는 언제나 어린이답고 뛰고 달리고 놀며 웃기에 사랑입니다.
#RobertLopshire (1927-2002)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