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아파트 2023.11.14.불.



개미는 깊이 굴을 파서 모둠살이를 해. 벌은 나뭇가지나 처마밑에 차근차근 집을 지어서 모둠살이를 하지. 개미나 벌은 스스로 살며 살림하는 길에 맞추어 집을 일구지. 사람은 어떨까? 사람들이 이루던 모둠살이는 겹겹이 잿더미(시멘트)로 쌓는 사슬터(감옥)이지 않았어. 나무를 심고 나물을 거둘 땅이 있는 집을 일구었단다. 그런데 사람들이 서로 밟거나 싸우는 사이에, 우두머리하고 종을 갈랐어. 둘 사이를 또렷이 보여주면서 사랑을 등지거나 내몰려고 ‘모둠집’ 아닌 ‘겹집’을 쌓았단다. 보렴. ‘아파트’라는 이름인 잿집더미가 늘어난 곳에 사랑이 흐르거나 샘솟니? 아파트가 늘어선 곳에서 노래가 푸르게 흐르거나 퍼지니? 아무런 씨앗이 싹틀 수 없는 잿더미에 사람들이 스스로 들어가는 때부터 사람들은 사람다움을 버린 셈이야. 싹도 안 트지만, 나무가 자랄 터가 없으니, 이곳에서 사람들은 들빛하고 숲빛을 잊어. 그리고 들과 숲을 짓밟는 마음이 뭉게뭉게 생기지. 오늘날 너희 나라에 서는 아파트뿐 아니라, 학교나 회사를 보렴. 모두 들숲을 짓뭉개거나 밀어서 죽인 자리에 잿더미로 높이 오르지? 그곳은 다 사슬터(감옥)야. 자는 곳도, 일하는 곳도, 놀거나 배우는 곳도 모조리 종살이로 내모는 사슬이 가득하지. 그곳에서 생각(새로운 빛씨앗)이 움틀 수 있을까? 생각은, 씨앗이 싹트고 나무가 움트는 데에서 일어난단다. 왜 나라(정부)에서 아파트를 자꾸 늘리는지, 부디 깨닫기를 바라. ‘아파트’는 ‘비싼 감옥’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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