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1.


《카페 알파 1》

 아시나노 히토시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1997.1.25.



부산에서 여는 아침. 책꾸러미를 지고 안으며 전철을 타러 간다. 땅밑길을 한참 걷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햇볕길을 걸을 텐데. 사상나루에 닿는데 12시 순천버스는 빈자리가 없다. 두 시간을 기다린다. 기다리면서 하루글을 쓰고 꾸벅꾸벅 졸고, 또 하루글을 쓰고 다시 꾸벅꾸벅 존다. 순천에 내리자마자 고흥버스로 갈아탄다. 고흥읍에 내리고서 한동안 서서 온몸을 풀어준다. 이러고서 택시를 불러 집으로 간다. 하룻밤을 부산에서 묵으며 여수까지 거쳐 크게 돌았다. 며칠이 지난 듯 어질어질하다. 시골집이 아늑하다. 부릉거리는 소리도, 북적대는 사람물결도, 밤하늘을 가리는 잿집(아파트)도 없다. 《카페 알파 1》를 되읽는다. 1997년 12월 31일에 드디어 싸움터(군대)를 마칠 수 있었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날마다 책집마실’을 했다. 스물여섯 달 동안 놓친 책을 살피려고 했다. 이제 사라졌지만, 서울 홍대 앞 〈한양문고〉도 뻔질나게 들르면서 여러 그림꽃(만화)을 살폈는데, 그무렵에는 《카페 알파》가 썩 눈에 안 들어왔다. 2011년에 이르러 처음 쥐었고, 이따금 되읽으면서 생각에 잠긴다. 스스로 느긋하지 않으면 스스로 갇힌다. 스스로 씨앗을 틔우려 하면 스스로 깨어난다. 잊혀진 이 그림꽃이 다시 태어날 날이 있을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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