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 (리커버 특별판. 표지 2종 중 랜덤 발송) - 탁월한 외교정책을 펼친 군주
한명기 지음 / 역사비평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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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20.

인문책시렁 326


《광해군》

 한명기

 역사비평사

 2000.7.10.



  《광해군》(한명기, 역사비평사, 2000)을 되읽으며 생각합니다. 임금을 일컬을 적에 ‘종·조·군’처럼 갈랐다는데, 나라를 어질게 다스렸기에 ‘종’을 붙이지 않아요. 벼슬아치가 보기에 마음에 안 들기에 ‘군’을 붙입니다. 그저 임금 집안에서 나고자랐으니 임금이 되던 사람들입니다. 그저 흙지기 집안에서 나고자랐으니 흙을 일구면서 싸울아비(군인)로 끌려가던 사람들입니다.


  똑똑하거나 잘나기에 임금이 되지 않아요. 안 똑똑하거나 못나기에 흙지기이지 않습니다. 잘 살필 노릇입니다. 흙을 돌보거나 건사하는 이가 어리석다면, 흙지기부터 스스로 굶어죽습니다. 나라살림이 넉넉하다면, 임금이 잘 다스렸다고 할 수도 있으나, 이보다는 흙지기인 수수한 사람들이 어질고 참하다는 뜻입니다.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는 그들이 우쭐대며 세운 높다란 곳이 아닌, 흙이며 돌이며 나무를 볼 노릇입니다. 풀이며 꽃이며 숲을 볼 적에 비로소 아름나라로 나아갑니다. 개구리 한 마리를 하찮게 여기는 마음으로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를 맡는다면, 이 나라는 기우뚱하지요. 참새 한 마리를 사랑하지 않는 무리가 나라일을 맡는다면, 이 나라는 흔들려요.


  《광해군》은 ‘광해군’이란 이름을 받은 이가 어떻게 싸움(임진왜란) 한복판에서 처음으로 사람들(백성)을 만나고 보고 마주하고 어울린 뒤에 임금 노릇을 했는지 차근차근 짚습니다. 고구려·백제·신라뿐 아니라 고려·조선을 통틀어, 임금이나 벼슬아치가 사람들(백성)하고 한솥밥을 먹은 일은 광해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들 높다란 담벼락 안뜰에서 글만 읽었을 뿐입니다.


  오늘날 이 나라는 어떤 얼거리일까요? 벼슬꾼뿐 아니라, 여느 일터(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스스로 ‘사람(시민·국민·백성·인민)’일까요? 아니면, 이웃하고 등진 채 벼슬꾼 못잖게 잿빛으로 담벼락을 둘러친 잿더미(아파트 단지)에서 덩그러니 떨어져서 지내는가요?


  갈수록 안 걷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갈수록 스스로 잿더미에 갇힌 사람이 부쩍 늡니다. 책을 읽더라도 외곬로 붙들릴 뿐 아니라, 그냥 안 읽는 사람이 잔뜩 늘어납니다. 그나마 책으로 들숲바다를 만나던 사람들조차 요새는 그림(유튜브)으로 구경할 뿐, 온몸으로 마주하는 일도 확 사라집니다. 어린이집은 있어야겠습니다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만 하는 분들이 벼슬자리에 오르면 ‘어린이를 헤아리는 길(정책)’을 하나라도 내놓을 수 있을까요? 두 발로 땅을 디디지 않는다면, 입으로 왼길이니 오른길이니 외쳐 본들 똑같이 부질없습니다. 삶은 목소리로 짓지 않습니다. 삶은 늘 우리 손발에 사랑을 실은 따사롭고 착한 마음으로 지을 수 있습니다.


ㅅㄴㄹ


요즘 같은 시대에 광해군의 평전을 쓴다는 것은 일단 촌스러운 일이다. 어느 분야에서건 무한 경쟁이 강조되고 1등만이 살아남는다고 외치는 시대에 광해군은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이다. (5쪽)


피난 행렬이 서울을 벗어나자마자 임해군의 저택을 비롯한 왕자궁들이 불에 탔다. 평소 불만을 품은 백성들이 불을 지른 것이었다. (48쪽)


광해군의 활동은 왜란 초 일본군에게 어이없이 유린되었던 조선 조정이 비로소 본격적으로 항전을 독려하고 전쟁 수행에 나서는 시발점이 되었다. (53쪽)


조선 백성은 이중으로 시달리게 되었다. 한편에선 일본군에게 시달리고, 다른 한편에선 싸우지 않고 군량만 축내는 명군에게 엄청난 피해를 보아야 했다. (67쪽)


광해군은 이항복과 이덕형도 중용하여 즉위 초반에는 이들 세 사람이 번갈아가며 정승직을 주고받았다 … 북인들은 이들을 중용하는 것에 불만을 품었지만 광해군은 이들을 신임하여 힘을 실어주었다. 적어도 국방 문제와 같은 국가 대사만큼은 당파를 초월하여 능력 있는 인물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05쪽)


광해군은 즉위 직후부터 전란 중에 흩어져버린 서적들을 수습하고 새로 찍어내는 데 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각종 서적들을 수습하여 바친 사람들에게 후한 상을 내리는 한편 명나라에 들어가는 사신들에게도 거금을 들여 책을 구입해 오도록 지시했다. (114쪽)


광해군은 왜 명의 징병 요구를 거부하려고 했을까?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우선 그는 누구보다 전쟁의 참상을 잘 알았다. 임진왜란 직후 왕세자가 되자마자 전장을 주유했던 그였다. (200쪽)


광해군이 내정에서 좀더 정치력을 발휘하여 신료들을 조정하는 데 성공했더라면 그의 비극적 말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에서 가정은 부질없는 것. (293쪽)


+


세 사람이 번갈아가며 정승직을 주고받았다

→ 세 사람이 갈마들며 벼슬을 주고받았다

→ 세 사람이 갈마들며 감투를 주고받았다

105쪽


전란 중에 흩어져버린 서적들을 수습하고 새로 찍어내는 데 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 불굿에서 흩어져버린 책을 거두고 새로 찍어내려고 대단히 애썼다

→ 불바다에서 흩어져버린 책을 추스르고 새로 찍어내려고 대단히 힘썼다

→ 불밭에서 흩어져버린 책을 모으고 새로 찍어내려고 대단히 땀흘렸다

114쪽


전장을 주유했던 그였다

→ 싸움터를 떠돌았다

→ 싸움판을 누볐다

20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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