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지율 스님 지음 / 삼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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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11.19.

숲책 읽기 212


《초록의 공명》

 지율

 삼인

 2005.11.10.



  《초록의 공명》(지율, 삼인, 2005)을 곰곰이 되읽습니다. 경남 양산에 있는 천성산에 굴을 파려는 ‘노무현 나라’가 삽질을 자꾸 해대면서 들숲바다를 망가뜨리려는 짓을 제발 멈추기를 바라던 뜻을 돌아봅니다. ‘노무현 나라’에서 ‘으뜸 곁지기’ 노릇을 하던 분은 뒷날 ‘문재인 나라’를 폈고, 꼭두자리에서 물러난 뒤에 ‘천성산 곁에 큰집’을 지어서 산다지요.


  감자는 흙에 묻습니다. 고속도로·기찻길·공항·아파트에는 감자를 못 묻습니다. 벼도 흙에 심습니다. 논밭이어야 벼도 감자도 가꿉니다.


  사람은 감자나 벼만 먹고서 살지는 않습니다. 이따금 버스나 기차를 탈 테고, 쇳덩이(자동차)를 몰기도 합니다. 여태까지 적잖은 길을 숱하게 팠고 냈고 뚫었고 놓았습니다. 온나라를 보면 부릉부릉 치달리는 길이 대단히 넓고 많습니다. 설이나 한가위에는 어느 길이든 막히게 마련이지만, 한 해 내내 거의 텅텅 비는 길이 온나라에 수두룩합니다.


  왜 더 뚫어야 하는지 물어보려는 마음을 담은 《초록의 공명》입니다. 그러나 ‘노무현·문재인’ 두 분은 대꾸를 안 했습니다. 그저 이라크에 싸울아비(군대)를 보냈고, 그저 경남 양산에 큰집을 지었습니다. 지킴이(경호원)를 두어야 하니 집이 커야 할까요? 그러면 왜 지킴이를 두어야 할까요? 두 사람이 살아갈 시골집은 20평이어도 넓습니다. 시골에 넘쳐나는 빈집을 조금 고쳐서 살면 됩니다. 우리나라 벼슬아치는 어쩐지 목돈 모으기를 즐기고, 어쩐지 큰집에 큰쇠(대형자동차)를 거느리기를 좋아하더군요.


  벼슬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스스로 모든 돈을 나라에 내놓고서, 다달이 나라꽃돈(국민연금)과 어른꽃돈(노인연금) 두 가지만 받을 줄 아는 ‘예전(전임) 대통령·국회의원·시도지사·군수’는 언제쯤 나올까요? 큰쇠를 안 몰고서 두바퀴(자전거)를 몰거나 두다리로 걷는 일꾼은 언제쯤 나올까요?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안 태어날 만합니다. 기껏 이 나라에서 태어난들 어릴 적부터 ‘학원 뺑뺑이’에 배움수렁(입시지옥)이 기다립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뭘 물려받는지요? 들숲바다를 자꾸 밀어내고 풀꽃나무를 자꾸 죽이는 막삽질을 물려받아야 하나요? 삽질은 가끔 할 일이지만, 한 해 내내 노상 삽질만 해대면 풀꽃나무가 어떻게 자라는가요?


  사슬에서 풀려난 박근혜 옛 나라지기는 아주 새길을 걸을 수 있었으나 스스로 걷어찼더군요. 깃들 집이 이 나라에 왜 없겠습니까. 지난날을 뉘우칠 마음이라면 전라남도 시골 한켠 12평 조그마한 오두막 한 채를 빌려서 살면 됩니다. 손수 씨앗을 심고 밭일을 하면서 마을할매하고 동무하면 됩니다. 이런 길을 새로 걸으려 했다면 그분 스스로 푸른빛을 처음으로 배우면서 날개돋이를 할 만했겠지요.


  양산에 선 〈평산책방〉에 《초록의 공명》을 놓았을까요? 《초록의 공명》뿐 아니라 ‘알도 레오폴드’, ‘어니스트 톰슨 시튼’, ‘장 앙리 파브르’,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페트라 켈리’, ‘존 무어’, ‘이와사키 치히로’, ‘엘사 베스코브’, ‘완다 가그’, ‘윌리엄 스타이그’, ‘기무라 아키노리’, ‘블라지미르 메그레’ 같은 이들이 남긴 책을 한켠에 곱게 놓고서 되새기기를 바랍니다. 허울뿐인 풀빛은 ‘풀빛척(그린워싱)’입니다. 풀빛인 척하지 말고, 그저 스스로 조그마한 시골집에서 벌나비랑 이웃하는 하루를 지을 줄 알아야 들사람(자연인)으로 거듭나겠지요.


  지율 스님은 ‘도룡뇽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지 않았습니다. ‘도룡뇽도 함께 살아가는 들숲을 바라보지 않으면, 사람나라부터 망가진다’고 속삭였습니다.


ㅅㄴㄹ


지난번 단식 중 제 방을 찾아온 문재인 수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님들이 이야기하는 개혁과 진보, 그리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생명과 평화는 바퀴의 두 축처럼 함께 가야 한다고. 그때 수석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정치에 발을 담지 않았으면 저를 위해 변호를 하셨을지도 모르겠다고. (8쪽)


천성산 끝자락 조용하고 아늑한 개곡리 마을에서 70년을 살아오신 두 분께서 내일 노포동 장에 낼 산동초를 캐시면서 “이제 이 동리는 못쓰게 된기여. 저렇게 나무를 베고 산을 파헤치고 있으니 어디 사람이 살것서. 시님, 이제라도 막을 수 있것소.” 물으신다. (14쪽)


‘자연의 권리의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우리가 마시는 공기가 누구의 것인가’ 하는 물음처럼 어리석다. (21쪽)


제게 하루의 시간이 남아 있다면 저는 이 꽃밭에 앉아 저는 꽃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42쪽)


이미 수차례나 약속을 파기하고 단 한 번도 신의를 지키지 않은 사람들과 조정안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이제까지 힘과 권력으로 무엇이든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 그들이 그나마 주춤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53쪽)


삼림이 국토의 6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산의 효율적인 가치를 우리의 10배인 400조 원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58쪽)


사실, 책읽기를 게을리 하는 저로서는 권정생 선생님의 글을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었기에 선생님에 대하여 어떠한 선입관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정생 선생님의 무너질 듯한 오두막으로 발길하면서 오래전에 잊혀진 길을 더듬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 낡은 의자를 권하시면서 선생님께서는 “단식 50일이 넘어가자 이젠 그만 좀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느리게 말씀하셨습니다. “자연이 병들면 사람도 병이 드는데, 조금 더 불편하고 덜 가지면 모든 사람이 부족함이 없을 텐데 요즘 사람들은.”이라고 말씀하시며 끝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228쪽)


저는 처음으로 이 댓글들을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댓글을 읽어가다가 저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댓글들은 대부분 50명 정도 되는 인원에 의해 하루 종일 계속 올려진 글들이었고 두세 시간 동안 한 사람이 40∼50개의 글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270쪽)


+


지난번 단식 중 제 방을 찾아온 문재인 수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 지난 밥끊기에 제 칸을 찾아온 문재인 님한테 말씀했습니다

→ 지난 밥굶기에 저한테 찾아온 문재인 지기한테 여쭈었습니다

8


자연의 권리의 주체가 누구인가

→ 숲빛은 누가 임자인가

→ 숲살림은 누구 몫인가

21


서울 근교에 있는 작은 수녀원에 들어와 행장을 풀었습니다

→ 서울 가까운 작은 믿음집에 들어와 짐을 풀었습니다

→ 서울 곁 작은 빛바라기집에 들어와 짐붙이를 풀었습니다

34


제게 하루의 시간이 남아 있다면 저는 이 꽃밭에 앉아 저는 꽃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제게 하루만 남는다면 이 꽃밭에 앉아 꽃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42


이미 수차례나 약속을 파기하고 단 한 번도 신의를 지키지 않은 사람들과 조정안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 이미 여러 판 다짐을 깨고 믿음을 하나도 지키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길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 이미 다짐을 자꾸 뒤집어 아주 미덥지 않은 사람들과 맞춤길을 여밀 수 있을까요

53


이제까지 힘과 권력으로 무엇이든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 그들이

→ 이제까지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던 그들이

→ 이제까지 무엇이든 힘을 앞세우던 그들이

53


삼림이 국토의 6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 숲이 나라에서 68푼을 차지하는 일본에서는

→ 숲이 제 나라 68눈금을 차지하는 일본에서는

58


일본에서는 산의 효율적인 가치를 우리의 10배인

→ 일본에서는 멧자락 값어치를 우리 열 곱인

→ 일본은 멧숲을 우리 열 갑절 값어치인

58


선생님에 대하여 어떠한 선입관도 없었습니다

→ 그분을 넘겨짚지 않았습니다

→ 어른을 뻔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228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사람들이 불타는 까닭을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 사람들이 부아내는 뜻을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270


그 댓글들은 대부분 50명 정도 되는 인원에 의해 하루 종일 계속 올려진 글들이었고

→ 덧글은 거의 쉰 사람쯤이 날마다 꾸준히 올렸고

27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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