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1.15.

오늘말. 도리도리


죽어도 싫다고 여기는데 자꾸 밀어붙이면 서로 고단합니다. 왜 손사래치는지 헤아리면서 하나씩 풀어낼 일이에요. 꺼릴 적에는 안 하고 싶은 까닭이 있어요. 절레절레하는 마음을 살피고, 살래살래 멀리하는 마음을 읽을 적에 비로소 제대로 눈을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틉니다. 겉으로는 사람낯이지만, 속으로는 사나울 수 있어요. 앞에서는 얌전한 척하지만, 뒤에서는 얄궂을 수 있습니다. 이 삶터가 차갑거나 메마른 탓에 두얼굴이어야 견딜는지 몰라요. 사랑이 없이 눈가림이 넘치기에 겉으로만 예쁘게 꾸미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적잖은 사람들은 우두머리 둘레에서 장난감처럼 뒹굴어요. 꼭두각시랄까요, 허수아비랄까요, 스스로 길을 찾지 않으면서 심부름꾼 노릇입니다. 망석중 노릇은 뿌리쳐야지 싶습니다. 고분고분 끌려가거나 휩쓸리기보다는, 모든 엉터리는 걷어차면서 ‘아닙니다’ 하고 물리칠 적에 제대로 사람답게 설 만하다고 느껴요. 허울을 안 받을 적에 바꿉니다. 치레를 치울 적에 달라져요. 껍데기는 자릅니다. 씨앗을 심는 손길로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허튼길은 도리도리 뿌리치고서 살림길로 덩실덩실 춤사위를 지으면서 걸어가요.


ㅅㄴㄹ


죽어도 싫다·죽어도 안 돼·죽기로 싫다·손사래치다·내치다·걷어치우다·치우다·뿌리치다·물리치다·자르다·싫다·꺼리다·차다·걷어차다·아니다·않다·안 받다·안 하다·고개돌리다·등돌리다·등지다·멀리하다·절레절레·살래살래·도리도리 ← 거절, 결사반대


사람꼴·사람낯·사람탈·장난감·아이·아이들·사랑·곱다·예쁘다·아리땁다·사랑스럽다·작은님·작은별·작은빛·작은이·고분고분·얌전하다·말없다·꼭두각시·허수아비·망석중·심부름꾼 ← 인형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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