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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 - 억압과 멸시, 굴종에서 벗어나 해방을 꿈꾼 여성들 ㅣ 철수와영희 생각의 근육 1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3년 10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14.
인문책시렁 321
《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
이임하
철수와영희
2023.10.16.
《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이임하, 철수와영희, 2023)를 가만히 읽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봅니다. 숱한 사람들은 총칼수렁(일제강점기)에 목숨을 잃었고, 아이도 어버이도 잃었습니다. 집안이 무너지고 땅을 빼앗긴 사람이 참으로 많고, 살림을 빼앗긴 채 종으로 굴러야 한 사람들이 넘쳤어요. 일본이며 사할린이며 아시아 곳곳으로 끌려가서 내도록 종살이를 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도 무척 많아요.
총칼수렁에도 우두머리한테 빌붙으면서 돈·힘·이름을 거머쥐거나 드날린 무리도 많습니다. 옆에서 죽어나가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던 이들은 나중에 나라지기(대통령)도 되고, 한몫 단단히 잡고서 떵떵거리기까지 했습니다.
나라도 마을도 수렁이었지만, 조금도 수렁이 아니던 무리는 근심걱정이 없이 얼뜬 짓을 일삼았습니다. 곰곰이 보면, 총칼수렁에서 벗어난 오늘날이라지만, 돈수렁이나 이름수렁이나 힘수렁이 있어요. 배움수렁(입시지옥)은 갈수록 깊은데, 배움수렁이기에 돈을 벌거나 이름을 얻거나 힘을 쥐는 무리가 꽤 많아요.
지난 총칼수렁에서 몸을 바치고 마음을 기울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살림을 그린 사람들은 위아래로 가르는 굴레가 총칼로 잇고, 이 총칼은 순이돌이를 가르며, 모든 사람을 억누른다고 느꼈습니다. 예나 이제나 똑같아요. 총칼을 앞세우는 무리는 위아래뿐 아니라 웃사내질(남성 가부장 권력)로 치닫습니다. 총칼은 어깨동무나 살림이나 사랑을 바라지 않아요. 총칼은 들숲바다를 밀어내어 잿더미로 바꾸려고 합니다.
《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는 지난날에 머무는 이야기일 수 없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수수한 순이돌이 이야기는 안 남았습니다. 조선총독부는 참살림과 참사랑과 참빛을 바란 사람들 참목소리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나오는 책에 누구 목소리나 이야기가 나올까요? 우리가 배우는 자취(역사)는 누가 무엇을 한 자취일까요?
우봉운, 김명시, 조원숙, 강정희, 이경희, 이계순, 이경선, 이렇게 일곱 사람 이름을 되새깁니다. 가까스로 찾아낸 자취는 일곱이지만, 총칼수렁에 맞선 순이는 숱하게 많아요. ‘내 이름 남기기’가 아닌 ‘푸른누리로 함께 살아갈 모두’를 헤아리는 마음으로 흘린 땀방울과 피눈물이 있기에, 굴레를 벗고 고삐를 풀고 수렁에서 벗어나서 새터를 일굴 수 있습니다.
둘레를 봐요. 참답게 일하는 사람들 이름이 새뜸(언론)에 나오는가요? 뜬금없거나 얼척없는 이들 이름만 새뜸을 채우지 않나요? 얼뜬 이들이 벌어는 멍청한 쳇바퀴를 안 다룰 수 있는 새뜸이 나오기도 해야겠습니다만, 우리가 먼저 참다이 이웃을 바라보고, 어깨동무를 하고,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돌보면서, 새길을 짓고 새빛으로 나아갈 노릇이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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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운뿐만 아니라 여성 활동가들이 주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는 옥바라지였다. 이는 ‘돌봄’운동이었다. 돌봄 노동이 인간이 생활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일제강점기 ‘돌봄’ 운동이 없었다면 독립운동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38쪽)
이 관병식에 우리 의용군 6000여 명이 완전히 무장을 하고 무위당당하게 소군과 함께 참가하였는데, 이 가운데는 여 동무도 수백 명이 참가하고 또 봉천에 있는 조선 동포들도 우리의 뒤에 따라섰다. (82쪽)
사회문제로 토의된 안건은 ‘봉건적 허례 등의 타파, 여성·백정·노예·쳥넌회에 대한 차별 관념 철거, 인신매매 금지 공·사창 폐지’ 등이었다. (139쪽)
조원숙의 상실은 성별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공부하고, 운동하고, 활동하면서 부러운 마음은 사라졌다. 그래도 ‘남자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은 가끔 떠올랐는데, 그것은 사회제도와 습관이 변함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142쪽)
일제 법정은 이들의 대답이 신문에 게재되길 원치 않았다. 경성지방법원은 강정희가 결혼해 자녀가 있고, 이혼한 ‘여자’임을 부각했다. 일제에 맞서는 페미니스트들이 현모양처가 아닌 연애만 하는 ‘여자’라고 왜곡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이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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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500만 족을 생산하고
→ 해마다 500만 켤레를 찍고
46쪽
유치장에 갇힌 동료를 위해 생활 용품들을 차입해 주려고
→ 사슬터에 갇힌 동무한테 살림살이를 넣어 주려고
→ 고삐에 갇힌 벗한테 살림거리를 들여 주려고
54쪽
허영적이고 인형적인 결혼은 결사 반대했다
→ 거품에 꼭두각시 짝맺기는 손사래쳤다
→ 겉치레에 귀염둥이 짝짓기는 내쳤다
60쪽
열다섯 살에 그녀는 양양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 열다섯 살에 양양에서 서울로 왔다
125쪽
전국 투어를 기획했다
→ 온나라를 돌기로 했다
→ 골골샅샅 돌려고 했다
129쪽
민족적 의식을 토대로 한 강령을 채택하도록
→ 겨레넋을 바탕으로 틀을 짜도록
→ 겨레얼을 발판으로 길을 잡도록
138쪽
주요한 관계자들이 거사 4일을 남겨두고
→ 몇몇 사람들이 큰일 나흘을 남겨두고
→ 여러 일꾼이 큰일을 나흘 남겨두고
148쪽
냉수마찰, 장작 패기, 물 긷기 등으로 건강에 상당한 노력을 하지만
→ 찬물씻이, 장작 패기, 물 긷기를 하며 몸을 무척 돌보았지만
→ 찬씻이, 장작 패기, 물 긷기를 하며 몸을 무척 추슬렀지만
195쪽
하루에 한 번씩 온수 목욕을 시켰다
→ 날마다 더운물씻이를 했다
→ 하루마다 더운물로 씻겼다
196쪽
그녀는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녀를 투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 이이는 집배움이 크다고 외치며 아이를 일빛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힌다
→ 이녁은 배움숲이 대수롭기에 아이를 살림빛으로 기르겠다는 뜻을 밝힌다
197쪽
게다가 미모의 소유자로서
→ 게다가 아름다워서
→ 게다가 어여뻐서
21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