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무릎 2023.11.7.불.



‘바보같은’ 사람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달라. 아직 눈뜨는 길로 나서지 않으니 바보같이 보이고, 얼뜨고 엉성하게 굴기에 어리석어 보여. 눈뜨는 길을 이제부터 보려고 한다면, 그동안 스스로 무엇을 못 보거나 안 보면서 ‘감은눈’이었는지 알아차리면서 수줍지. 얼뜬 사람은 눈뜨려는 마음이 없을 뿐 아니라, 눈뜬다는 마음이 아예 없이 뒹굴기에 스스로 ‘감은눈’인지 ‘갇힌눈’인지도 못 알아채. 무릎에 손을 얹어 봐. 너는 네 손바닥을 무릎으로 느끼니? 너는 네 무릎을 손바닥으로 느끼니? 네 손바닥은 무릎이 여태 무엇을 해왔는지 알아보니? 네 무릎은 손바닥이 이제껏 무엇을 해왔는지 느끼니? 너는 손바닥을 부드러이 뻗어서 무릎을 포근하게 감싸며 달랠 수 있어. 너는 무릎에 손바닥을 가만히 대서 손바닥을 따뜻하게 다독일 수 있어. 손을 써서 몸 곳곳을 주무르지? 그때 네 몸은 손이 닿는 데마다 풀릴 뿐 아니라, 네 몸 곳곳에 대는 손도 함께 풀려. 몸은 맞닿으면서 서로 잇고 풀어낸단다. 들을 이루는 풀을 생각해 봐. 모든 풀은 흙을 함께 품어. 뿌리가 서로 만나서 부드러이 얽지. 여러 풀뿌리는 한 덩이 흙을 나란히 품으면서 함께 튼튼하단다. 바람이 풀잎을 살살 어루만지고, 풀잎은 나무한테 풀빛을 나눠줘. 냇물은 돌과 모래를 살살 쓸어주고, 돌과 모래는 냇물한테 돌빛과 모래빛을 건네주지. 혼자서 주는 일은 없어. 너희 몸도 마음도 다 다른 하나로 얽히고 만나서 스스로 돌아보고 스스로 다스린단다. 마음을 읽고 몸을 입고 생각을 이으니, 네 넋은 여기에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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