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1.12.
오늘말. 좁다
철이 바뀌는 줄 모르기에 어리석어요. 둘레를 살피지 않고서 멋대로 달려가기에 건방지거나 고약합니다. 제멋에 겨운 길은 안 나빠요. 혼자만 알기에 괘씸할 뿐입니다. 속으로 좁게 틀어박히니 꽁합니다. 나만 잘되기를 바라면서 이웃을 밟거나 괴롭히니 얄궂어요. 모든 사람은 하나요 혼자이면서 스스로 서게 마련입니다. 마음을 헤아리는 길로 나아갈 일이지요. 그런데 ‘마음대로’가 ‘나먼저’나 ‘나부터’로 맴돌면 깍쟁이예요. 덜먹은 몸짓입니다. 어깨동무하는 마음을 잊은 채 눈이 멀어 샘을 내니 참으로 밉살스러워요. 깊이를 잴 길이 없다는 마음이지만, 외려 마음이 얕은 나머지 약삭빠르게 군다면, 제풀에 지쳐 넘어지리라 봐요. 길미꾼은 돈에 사로잡히는 잿바치예요. 약게 굴기에 얼핏 주머니가 두둑할는지 모르나, 밉질로 긁은 돈은 오래 안 가요. 샘바리는 샘물이 아닌 시샘으로 스스로 갉는 수렁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비롯해서 누구나 사랑합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은 스스로 먼저 깨어나고서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합니다. 마구잡이로 치닫는 제멋대로가 아닌, 제대로 멋을 살린 샘물처럼 꽃처럼 살아야지 싶어요.
ㅅㄴㄹ
건방지다·고약하다·괘씸하다·얄궂다·얄망궂다·길미꾼·길미잡이·덜먹다·잿놈·잿바치·깍쟁이·꽁·꽁하다·꽁선비·꽁쟁이·약다·역다·약빠르다·역빠르다·약삭빠르다·약빠리·약삭빠리·나만·나만 잘되기·나만 잘살기·나만 알다·나먼저·나부터·저만·저만 알다·저만 즐기다·저먼저·저부터·나사랑·나사랑이·나사랑꾼·나사랑멋·눈멀다·속좁다·철없다·마음대로·맘대로·멋대로·제멋대로·제멋에 겹다·제멋쟁이·제멋꾸러기·제멋님·제멋꾼·혼멋·혼알이·혼자만·혼자 즐기다·혼자만 알다·밉다·밉살맞다·밉살스럽다·밉질·밉짓·샘·시샘·샘빛·샘길·샘꽃·샘나다·샘내다·샘하다·샘바르다·샘바리·얕다·어리석다·좁다·좁쌀뱅이 ← 이기(利己), 이기심, 이기적, 이기주의, 이기주의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