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1.5.
오늘말. 확
확 부는 바람은 모두 쓸어냅니다. 훅 치워요. 돌개바람이 몰아치면서 싹 날려버리면 어느새 텅텅 비고, 여태까지 일군 땀방울은 한갓되이 사라지는 듯싶습니다. 마치 꿈같은 어제로 돌아볼 수 있으나, 하나하나 되짚으면서 새로 한 발을 디딜 수 있어요. 처음도 맨손이었고, 오늘도 맨몸이에요. 비바람을 꺼릴 까닭이 없습니다. 비는 씻으면서 적시고, 바람은 털면서 일으킵니다. 우리 숨결을 가로지르면서 날리고 띄우고 북돋우는 비에 바람입니다. 풀씨를 봐요. 풀씨는 겨우내 얌전히 꿈을 꾸다가 새봄에 즐겁게 돋습니다. 나무씨는 긴긴 날 가만히 잠들다가 어느 날 꿈나래는 그만두고서 기운차게 깨어나요.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하나하나 익히면서 어른으로 나아가기에 하루를 되새기고 아침저녁으로 살림살이를 가다듬습니다. 익은 열매가 알차듯, 가만히 숨결을 붙이면서 아스라이 먼 별빛을 스스로 품고 밝히면서 너울거립니다. 우리는 곁에 무엇을 두나요? 우리는 무엇을 멀리하나요? 우리는 무엇을 쥐고, 무엇을 내려놓나요? 언제나 곁에 사랑을 두기에 반짝여요. 언제나 미움이며 불길을 삼가기에 포근하게 품으면서 거품을 걷어낼 수 있어요.
ㅅㄴㄹ
보내다·띄우다·날리다·접다·붙이다·휘다·가로지르다·가르다·지르다·휙·휙휙·확·확확·뒤틀다·비틀다·틀다·일그러지다·이지러지다 ← 워프(warp)
거짓·거짓같다·거짓말·거짓소리·거품·멍·꿈·꿈같다·꿈결같다·아득하다·아련하다·아스라하다·한갓되다·까마득하다·허울·허방·허튼·헛것·헛꿈·비다·빈수레·빈껍질·텅비다·잣다·짓다 ← 환청
고개숙이다·뉘우치다·돌아보다·되새기다·되돌아보다·되짚다·조용·고요·말없이·다독이다·삼가다·꺼리다·멀리하다·누르다·얌전하다·그만두다·그만하다·내려놓다·놓다 ← 자숙(自肅)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