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9.
《지금 여기가 맨 앞》
이문재 글, 문학동네, 2014.5.20.
지난 열넉걸음(14회)에 걸쳐 고흥읍에서 이끈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 꾸러미를 바지런히 추스른다. 큰아이하고 들길을 걷는다. 옆마을로 걸어가서 시골버스를 타려고 한다. 들에서 억새꽃을 보고, 구름그늘을 본다. “아버지, 억새에 씨앗이 맺을 적에는 꼭 구름이 땅에 내려와서 풀에 매달려 흔들리는 듯해요.” 열여섯 살 푸름이 입에서 터져나오는 말 한 마디가 찌르르 울린다. 시골버스는 시끌시끌하다. 철없는 아이들도 이웃일꾼도 목소리를 키워 떠든다. 그동안 함께 노래쓰기(시쓰기)를 한 이웃님을 새롭게 만나서 글판에 하나하나 옮겨적는다. 드디어 다 옮겨적고서 헤어진다. 커피콩을 산다. 저잣마실을 한다. 택시로 돌아온다. 늦은끼니를 두 그릇 먹고서 밤하늘을 보다가 일찌감치 곯아떨어진다. 《지금 여기가 맨 앞》을 읽었다. 글이웃 한 분이 이 노래책을 보내주셨다. 읽고서 좋았기에 보내셨겠지. 그러나 이리 보거나 저리 보아도 글치레가 너무 많다. 굳이 ‘시인·문학·창작’ 같은 굴레를 쓸 까닭이 없이, 오늘 여기에서 스스로 짓는 살림을 옮기면 된다. ‘허울’ 아닌 ‘이름’을 볼 노릇이다. ‘이름 = 이르다 + ㅁ’인데, ‘이르다’란 우리말은 세 가지이다. 셋을 하나로 품기에 ‘이름’이다. 헛말에 붙들리면 끝장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