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반 2023.10.9.달.



‘새’라고 한 마디만 할 적에 무엇이 떠오르거나 보이니? 뭔가 물이나 바람이 ‘샌다’고 느끼니? 노래하고 나는 ‘새’를 살피니? 너하고 나라는 ‘틈’을 나타내는 ‘사이’를 바라보니? 이제까지 없다가 처음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길을 나아가니? ‘반’이라고 하면 무엇을 떠올리거나 보거나 느끼니? ‘반반하다’고 여기니? ‘반들반들’하거나 ‘반짝반짝’하는 결을 보니? ‘반갑’게 맞이하는 몸짓이니? 마음이 어느 쪽으로 즐겁고 밝게 기우는 ‘반하다’로 움직이니? 또는, 여럿이나 둘로 가르거나 모이는 자리인 두 가지 ‘반(班·半)’을 그릴 수 있어. 어느 ‘반’으로 가더라도 모두 너 스스로 새롭게 맞이하는 하루이고 살림이야. 문득 좋거나 싫다고 따질는지 모르는데, 따지면 따질수록 스스로 쪼그라들거나 고단하단다. 흐린 날씨는 흐린 맛이고, 환한 날씨는 환한 맛이고, 비나 눈이나 우박이 오는 날은 이처럼 내려오는 날이야. 다 다르게 하루가 오고, 언제나 새롭게 오늘을 맞이한단다. 누구나 물처럼 흐를 수 있어. 누구나 반짝이듯 생각할 수 있어. 누구나 샛길로 빠질 수 있어. 누구나 사이좋을 수 있어. 어느 쪽이든 대수롭지 않아. 새랑 노래하든 새처럼 노래하든 네 마음이 가는 길을 따라서 가지. 새노래에 귀를 닫든 새를 안 쳐다보든, 네 마음을 바꾸는 하루야. 노을을 품듯 놀이를 품기에 모든 앙금에 티끌에 고름을 풀어내면서 마음을 놓으니 노래가 저절로 흘러. 노을을 등지고 놀(너울·물결)을 멀리하니까, 스스로 풀거나 맺는 길을 잊은 채 앙금·티끌·고름이 깊어가고, 삶에 노래가 없어. 틈이 없으면 숨이 막힌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