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편지 - 개정판 민음의 시 12
정호승 지음 / 민음사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0.18.

노래책시렁 370


《새벽편지》

 정호승

 민음사

 1987.9.30.



  우리가 오늘 펴는 말이란, 저마다 오늘을 바라보는 눈망울로 그리는 마음입니다. 좋은 마음이나 나쁜 마음이란 따로 없습니다. 사랑을 그리는 마음이 있고, 사랑이 없는 마음이 있어요. 꿈을 사랑으로 빚는 마음이 있고, 꿈이 아닌 헛바람을 사랑없이 만들려는 마음이 있지요. 사랑이라는 마음일 적에는 꾸미지 않고 치레하지 않고 덮어씌우지 않을 뿐 아니라, 구경하지 않습니다. 사랑이 없는 마음이니 꾸미고 치레하고 덮어씌우고 구경합니다. 사랑일 적에는 언제나 사랑 곁에 있는데, 이 사랑이란 풀꽃나무처럼 푸르게 노래하는 숲빛입니다. 그러니까 풀꽃나무도 숲빛도 없는 말잔치일 적에는 ‘사랑척’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새벽편지》를 읽으면 ‘새벽편지’란 이름으로 다르게 쓴 글이 여럿입니다. 적잖은 글마다 ‘나의·너의’처럼 일본말씨로 꾸밉니다. ‘분노의·새들의·자유의’ 같은 일본말씨도 잇달아요. 우리는 우리말로 이야기를 여미거나 글을 쓰기 어려울까요? 아니면, 사랑이 없는 마음이기에 자꾸 꾸미려 하다 보니 일본말씨나 옮김말씨가 끼어들고 말까요? 새벽에 맺는 이슬 한 방울은 풀꽃이며 나무를 살리고 숲짐승을 북돋웁니다. 새벽이슬을 닮은 빗방울은 온누리를 씻고 돌봐요. 글바치는 다들 어디에 있나요?



자유의 아름다움을 / 지키기 위하여 // 나의 별에는 피가 묻어 있다 (새벽편지/11쪽)


죽어서 사는 그대 꽃다운 죽음 앞에 / 별 한 송이 눈물의 꽃을 피운다 (弔花/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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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편지》(정호승, 민음사, 1987)


자유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하여

→ 아름다운 날개를 지키고자

→ 홀가분한 아름다움을 지키려고

11쪽


나의 별에는 피가 묻어 있다

→ 우리 별에는 피가 묻었다

→ 이 별에는 피가 묻었다

11쪽


별들도 강물 위에 몸을 던졌다

→ 별도 냇물에 몸을 던졌다

13쪽


너의 죽음이 새가 된다면

→ 네 죽음이 새가 된다면

16쪽


별 한 송이 눈물의 꽃을 피운다

→ 별 한 송이 눈물꽃을 피운다

→ 별 한 송이 눈물로 꽃을 피운다

21쪽


분노의 눈물을 잊지 못하고

→ 불타는 눈물을 잊지 못하고

→ 북받친 눈물을 잊지 못하고

37쪽


새들의 새똥이 아름다운 봄날

→ 새똥이 아름다운 봄날

→ 새가 눈 똥이 아름다운 봄날

47쪽


가을 산길 위에 죽어 있다

→ 가을 멧길에 죽었다

54쪽


주여 저에게도 신을 주소서

→ 빛이여 저한테도 님을 주소서

→ 님이여 저한테도 빛을 주소서

87쪽


광야로부터 언제나 벗어날 수 있도록

→ 벌판에서 언제나 벗어날 수 있도록

→ 들판에서 언제나 벗어날 수 있도록

8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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