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바퀴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49
박설희 지음 / 실천문학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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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0.13.

노래책시렁 367


《꽃은 바퀴다》

 박설희

 실천문학사

 2017.1.31.



  놀이하는 사람이 노래하고, 노래하는 사람이 놀이합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놀이도 노래도 안 하는 듯싶습니다. 곰곰이 보면 그렇습니다. 우리한테는 우리말이 있기에, 우리 삶을 우리 스스로 우리말로 그리면 저마다 아름답습니다. 어린이가 아직 맞춤길이나 띄어쓰기가 덜 익숙해서 비뚤비뚤 쓰더라도, 노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노래는 언제나 싱그럽습니다. 《꽃은 바퀴다》를 읽으며 새삼스레 ‘놀이·노래’하고 ‘시·문학’을 겹쳐서 봅니다. 자꾸 ‘시’를 쓰면서 ‘문학’을 하려고 들면 딱딱하게 굳다가 담벼락을 세웁니다. 이 딱딱한 담벼락은 지난 총칼사슬(일제강점기)부터 흘러온 일본스런 한자말씨입니다. 그리고 조선 오백 해를 가로지른 중국스런 한자말씨예요. 글이 아닌 말로 살림을 짓고 살아온 수수한 사람들은 ‘한문글’은 어림도 없었고 ‘우리글(훈민정음)’조차 쓴 일이 없지만, 입으로 늘 노래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고 이끌었어요. 오늘 우리가 쓸 글이라면 ‘놀이·노래’여야지 싶습니다. 즐겁게 하루를 일하면서 노래하면 됩니다. 즐겁게 어린이 곁에 서서 노래하면 됩니다. 걸으면서, 버스를 타면서,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면서, 잠자리에 누우면서, 별을 바라보면서, 언제나 노래하는 삶이면 됩니다.



책을 사고 컴퓨터를 사고 여행을 사고 / 사고 사고 또 사는 동안 / 난 살아 있다 // 사는동안 애인 / 사는동안 죽음 // 그러나 / 부동산을 사는 동안 / 애인을 사는 동안 / 죽음을 사는 동안 (사는 동안/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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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바퀴다》(박설희, 실천문학사, 2017)


울울창창 무리 지어서

→ 들빛으로 무리지어서

→ 빽빽하게 무리지어서

→ 푸르게 무리지어서

11쪽


발에 새겨진 유전의 흔적은

→ 발에 새긴 씨앗은

→ 발에 새긴 자취는

12쪽


방목의 세월 푸르게 기다려

→ 놓아준 나날 푸르게 기다려

→ 풀려난 삶 푸르게 기다려

19쪽


나뭇가지처럼 중력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닌 걸

→ 나뭇가지처럼 끌힘을 이길 수 있지도 않은걸

→ 나뭇가지처럼 당겨도 이길 수 있지도 않은걸

20쪽


발화하고서야 수정하는 추신으로 이루어진 생

→ 터뜨리고서야 손질하며 덧붙는 삶

→ 피우고서야 꽃가루를 새로 맞는 삶

→ 말하고서야 덧보태는 살림

25쪽


내생을 기약하며 숨을 놓던 순간들

→ 다음을 기다리며 숨을 놓던 때

→ 뒷날을 그리며 숨을 놓던 무렵

48쪽


만장(挽章)이 지느러미처럼 너울거리고

→ 나래가 지느러미처럼 너울거리고

→ 날개가 지느러미처럼 너울거리고

5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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