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한글날 : 해마다 돌아오는 한글날을 맞이할 적마다 새삼스럽게도 사람들 스스로 말빛하고 글결을 스스로 잊다가 잃는다고 느낀다. 훈민정음날이 아닌 한글날인데 세종 임금만 우러르거나 찾을 뿐 아니라, 주시경이라는 이름은 아예 모르는 채 지나가기 일쑤이다. ‘한글’이란 이름을 지으면서, 스스로 ‘한힌샘’이란 새이름으로 거듭나려 하면서 우리말길을 처음으로 세운 어른을 알아보려는 마음을 스스로 일으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입으로 벙긋벙긋하지만 마음은 꽉 막힌’ 쳇바퀴일 수밖에 없다. 한글날 주시경 님을 돌아보거나 헤아리지 않는 몸짓이란, 아이를 돌보고 사랑하면서 집살림을 사랑으로 거느린 숱한 어머니 숨결과 땀방울을 잊거나 모르는 얼뜬 모습하고 닮는다. ‘훈민정음’이 1400년대에 태어났어도, 주시경 님이 ‘한글’이란 이름을 지은 1900년대 첫무렵이 아니었으면, 이 글씨는 우리글로 쓸 수 없었다. 500해에 걸쳐 뒷전으로 내몰린 글씨가 어떻게 500해 만에 갑작스레 우리글로 자리잡고 퍼져서 ‘총칼일본(일본 제국주의)’을 물리치고서 홀로서기를 이룰 수 있었는지 처음부터 하나씩 살피고 생각할 일이다. 2023.10.9.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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