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창비시선 2
조태일 지음 / 창비 / 1975년 5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0.8.

노래책시렁 311


《國土》

 조태일

 창작과비평사

 1975.5.25.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이 어떤 나라인가 하고 묻는다면 “우리가 스스로 그린 나라”라고 대꾸합니다. 뒷짓도 뒷길도, 사납짓도 끼리질도, 우두머리도 감투도 죄다 우리가 스스로 그려서 일구어 낸 모습일 수밖에 없습니다. 2023년 가을에 중국에서 겨룸판(아시안게임)이 열렸습니다. ‘한겨레 두 나라’가 붙은 자리를 알릴 적에, 두 나라는 ‘남한·북한’하고 ‘조선·괴뢰’라는 이름을 썼다지요. 우리나라도 1990년으로 접어들 무렵까지 으레 ‘북한 괴뢰’라 일컬었습니다. ‘두 나라인 한겨레’를 이끄는 우두머리만 서로 ‘꼭두각시(괴뢰)’로 여기지 않아요. 사람들도 우두머리하고 매한가지입니다. 어깨동무 아닌 손가락질로 치닫고, 손잡기 아닌 갈라치기로 뻗습니다. 《國土》를 되읽습니다. 1975년에 나온 글에 한자가 수두룩합니다. 꽤 오래도록 ‘글은 한자로 써야 멋이다’라 여기는 글바치가 많았습니다. 글은 으레 사내가 쓰느라 ‘숫글 = 한문’이요, ‘암글 = 한글’이었어요. 게다가 “그 부드러운 음기와 넉넉한 시대의 목소리 … 처녀야, 처녀야, 붉은 처녀야 … 나의 이 풍부한 음기엔”처럼 순이를 노리개처럼 바라보는 글도 넘쳤다. 2020년으로 접어들어도 ‘전라도 사내’는 으레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기’ 일쑤예요. 모지리는 위에만 있지 않아요. 우리가 모두 모지리에 머저리입니다.


ㅅㄴㄹ


아무리 아무리 아니라 해도 / 신문은 곧 휴지일진댄 / 알알이 태연히 잘못 박힌 活字야 / 썩은 피래미 눈깔아, 차라리 뒤집혀서 / 시커먼 覆字로 눈멀어 버려라 (버려라 타령―國土·30/64쪽)


저 세월의 시커먼 부분을 상냥하게 문지르며 / 불타오르는 붉은 스커트, / 몇 개의 나의 친밀한 반란은 그 속에 있다. / 그 부드러운 음기와 넉넉한 시대의 목소리. // 나는 무릎을 꿇는다. / 열 가지 형태의 열 가지 빛깔의 내 손끝은 / 서서히 그러나 무자비하게 / 이 땅의 내력과 너의 성분을 더듬는다. // 처녀야, 처녀야, 붉은 처녀야 / 나의 이 풍부한 음기엔 / 악의라든지 타협이 도무지 흐르지 않는다. (野戰國 딸기밭가의 이야기/14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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