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이어폰 2023.9.23.흙.



모습을 보려고 눈이 있고, 기운을 맡으려고 코가 있고, 소리를 들으려고 귀가 있고, 살림을 지으려고 손이 있고, 스스로 일어서려고 발이 있고, 삶을 겪으려고 몸이 있고, 삶을 담으려고 마음이 있고, 삶을 그리려고 머리가 있고, 삶에 꿈을 펴려고 생각이 있고, 이 별에서 살아가는 나 스스로를 알려고 넋이 있고, 넋이 언제나 빛나도록 얼이 있어. 해바람눈비를 느끼려고 살갗이 있고, 뛰고 달리려고 다리가 있고, 짓고 나르는 모든 살림을 들려고 팔이 있고, 쉬엄쉬엄 앉으려고 엉덩이가 있고, 다리와 몸을 든든히 받치면서 움직이도록 허벅지가 있고, 언제나 곧게 몸을 쓰면서 곱게 지내려고 등뼈가 있어. 삶으로 누릴 뿐 아니라 삶으로 짓는 모든 하루를 이야기로 추슬러서 말을 하려고 입이 있지. 어머니한테서 사랑을 이어받아 새롭게 숨결을 얻은 줄 늘 돌아보려고 배꼽이 있단다. 이 얼거리를 찬찬히 짚으렴. 손가락에 발가락에 머리카락이 맡은 몫을 하나하나 헤아리렴. 너희가 모두 다른 몸을 입는 뜻이란, 모두 다른 마음을 일구는 하루를 살면서, 저마다 다르고 새롭게 배우는 길이 즐겁고 아름답기 때문이지. 너희는 곧잘 귀에 ‘소릿줄(이어폰)’을 꽂는구나. 네가 받아들여서 새기고픈 소리를 스스로 사랑하려는 뜻이지. 너는 네 소리를 들을 노릇이야. 다른 사람들은 다들 다른 소리를 들을 노릇이고. 그러니, ‘네가 듣고 싶은 소리’는 너 혼자 들으렴. 바람이 들려주거나 바다가 베풀거나 비가 알려주거나 새가 노래하거나 풀벌레가 우는 소리라면 누구나 넉넉히 누리기에 즐겁지. 이곳에 허튼소리를 퍼뜨리지 마. 네 귀에 꽂은 소리는 너한테 이바지할 뿐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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