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반바지 2023.9.22.쇠.
여름에 긴바지를 꿰면 더울까? 겨울에 반바지를 꿰면 추울까? 긴바지를 챙겨야 얌전할까? 반바지를 두르면 얄궂을까? 사람을 속마음이라는 숨결로 바라보니? 사람을 겉모습이라는 틀에 가두려 하니? 너한테 어떤 매무새여야 반갑니? 네가 보는 매무새는 ‘옷’이니? ‘몸’이니? ‘마음’이니? ‘숨결’이니? ‘넋’이니? ‘빛’이니? 눈을 감고 보렴. 햇빛은 뭐야? 별빛은 뭐니? 눈을 뜬 너는 바람빛을 읽니? 눈을 감은 너는 웃옷이나 아랫도리가 무슨 빛깔이거나 어떤 길이에 무늬인가를 따지니? 네가 보는 구름은 무엇일까? 네가 만지는 풀잎·나뭇잎은 무엇일까? 네가 마시는 물은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넌 냄새를 어떻게 그리겠니? “다들 그렇게 하잖아!” 같은 말로 너를 가르지 마. 너는 ‘남’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아냐. 너는 늘 ‘너’일 뿐이지. 누가 너를 낮보거나 깎아내리는 말을 한들, 네가 낮거나 깎일 수 없어. 너를 낮보는 사람이 낮을 뿐이고, 너를 깎으려는 사람이 깎이지. 누가 너를 치켜세우거나 띄우는 말을 한들, 네가 오르거나 뜨일 수 없어. 너를 치켜세우는 사람은 겉치레에 갇히고, 너를 띄우는 사람은 헛바람이 찬단다. 네가 치마차림이건 바지차림이건, 너는 너야. 네가 깡똥바지이건 긴바지이건, 너는 너야. 웃어도 울어도, 앓아도 다 나아도, 잠들어도 일어서도, 배고파도 배불러도, 키가 작아도 커도, 나이가 어려도 많아도, 철이 없어도 들어도, 너는 늘 너야. 네가 스스로 숨결을 느끼고 보고 알고 읽고 펴는 하루이기에, 네 마음도 몸도 언제나 푸르게 빛나지. 네가 무어라 말을 하기에, 네 일이고 이야기야. 남들이 무어라 말을 하면, 그저 그 사람들 일이고 삶이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