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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있는 어느 자전거모임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자동차 모는 사람은 자전거 타는 사람을 아예 안 봐요. 자전거꾼이 헬멧을 썼건 말았건, 자전거옷을 입었건 말았건, 자전거를 잘 타건 못 타건…… 그저, 자기 차 앞에 자전거가 있으면 짜증을 내는 사람이 하나 있고, 자전거가 있는 줄 모르고 거의 칠락말락 지나가는 사람이 하나 있으며, 자전거가 있기에 일부러 장난질하듯 갖고 노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진짜로 자전거꾼한테 마음쓰는 운전자라면, 헬멧이 없고 크기도 작은 자전거를 평상복으로 입고 타는 사람이 안전할 수 있도록 헤아려야지 싶어요.

 어제와 그제,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는데, 동네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은 찻길에서 유사산악자전거나 짐자전거로 참 느리게 달리십니다. 느리게 달리니 더 안전할 것 같지만, 오히려 이분들은 손에 힘이 빠질 수 있기에 더 위험하다고 느껴요. 거의 모두 언덕길에서는 조금 오르다가 내려서 끌고 가시는데, 이렇게 달리다가 멈출 때가 퍽 아슬아슬하거든요(뒤에서 보면). 헬멧을 써야 하는 문제라면, 누구보다도 이 어르신들한테 헬멧을 구나 시나 읍면에서 장만해서 선물로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예전, 자전거로 신문배달하며 먹고살 때부터, 지금처럼 자전거로 모든 곳을 두루 다니게 된 지금까지, 제 경험을 가만히 돌이켜보건데, 자전거 사고가 나는 까닭은 몇 가지로 추릴 수 있습니다.


 (1) 길이 나쁘다
  : 패인 곳 많고 /
    턱 많고 /
    미끄러운 곳 많고 /
    오르내리막 많아서


 (2) 자전거꾼이 빠르기를 즐긴다
  : 자전거로도 제법 빨리 달릴 수 있지만, 지나치게 빠르기에만 매달리는 나머지,
    자전거를 타는 좋음과 즐거움과 보람을 잊거나 잃는 분이 많아요.
    자전거로 알맞게 달리는 빠르기를 놓아 버렸을 때는 크고작은 사고가 생깁니다.


 (3) 자동차 모는 이들 못된 성질
  : 자동차를 모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아예 보지 않고 다니며 사고를 냅니다 /
    자동차를 모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깔보며 장난질하다가 사고를 냅니다

 ..

 〈오마이뉴스〉에 자전거 기사를 쓰는 김대홍 님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되었는데, 아무리 좋은 안전장구를 갖추고 자전거를 타도, 빠르기가 25km를 넘게 달리면 다칠 수밖에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들이 헬멧도 쓰고 무릎과 팔꿈치 보호대를 찼어도, 빠르기 25km를 넘게 달리면 머리 깨지고 무르팍 깨지는 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소리입니다. 30km를 넘어가면 식물인간이 되거나 죽거나 하는 일에서는 똑같고요.

 그런데, 이것은 헬멧 문제만이 아닙니다. 빠르기가 25km를 넘어서면,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자동차나, 동네 꼬마아이들하고 그대로 들이박고 맙니다. 아직 자전거 타면서 제동 걸기에 익숙해지지 않은 분들이라면 빠르기 20km에서도 급제동을 안전하게 하기는 어려우리라 봅니다. 자전거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기 손아귀 힘과 머리 감각으로 제대로 자전거를 멈출 만한 빠르기는 15~17km쯤이 아니겠느냐 싶어요.

 제 나름대로 해 보는 생각은, 안전장구는 자기가 아직 “자전거 타기에 서툴거나 몸이 굼뜬다고 할 때 차는 편이 좋다”입니다. bmx를 타는 분이라면 헬멧은 반드시 차야 할 것이며, 이때에는 무릎과 팔꿈치 보호대도 차야지요. 산타는자전거를 타고 “진짜로 산을 탈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헬멧을 써야 할 때는 이 두 가지 때. 그리고 아직 길 앞뒤옆 형편을 헤아리기 어려운 아이들, 쉽게 넘어지며 다치는 아이들한테는 부모가 헬멧을 씌워 주어야지 싶어요.

 찻길을 달릴 때는 다르게 봅니다. 찻길에서 중요한 사항은 헬멧보다는 뒷거울이라고 느낍니다. 뒷거울을 보면서 뒤따르는 자동차를 살필 수 있는 눈길, 여기에다가, 평균빠르기 20km를 넘기지 않게 알맞게 달리면서 언제라도 급제동을 했을 때 자전거가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추스를 수 있는 매무새, 여기에, 다문 몇 초 동안이라도 제자리에 설 수 있거나 아주 느리게 달릴 수 있을 만큼 자전거를 자기 몸에 붙이는 일이요.

 ..

 저는 한동안 빨리 달리기에 어느 만큼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자질구레한 사고가 많았어요. 앞브레이크 잘못 잡아서 한 바퀴 돈 것 하나는 제가 잘못한 사고였으나, 다른 모든 사고는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자동차가 친 사고, 갑자기 자전거 앞으로 끼어든 자동차와 부딪히거나 부딪힐 뻔한 사고, 찻길을 맞모금으로 가로지른 철길에 앞바퀴가 끼며 넘어진 사고, 얼어붙고 오른쪽으로 비스듬한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진 사고, …… 사고가 날 때마다 느꼈는데, 자전거로 알맞는 빠르기인 20km를 넘어간 채 달리고 있을 때에는 아무것도 쓸모가 없겠더군요. 언제나 자전거꾼 스스로 자기 목숨을 자기가 지키고 추스른다는 마음이어야지 싶어요.

 그래서, 모자라나마, 〈작은자전거〉 모임에서는 “모임을 할 때에는 빨리 안 달리고, 가장 느리게 달리는 사람한테 자전거 달리는 빠르기를 맞추도록” 하고 있습니다. 요사이, 저 개인한테 많은 일이 밀어닥치면서 모임에 제대로 못 나가서, 이런 말없는 원칙을 어느 분이 지켜 주고 계신지는 모르겠는데, 내리막을 달리든 평지를 달리든, 자전거로 무리지어 달릴 때 가장 못 달리는 사람한테 맞추어 달리면, 아무런 탈이 없다고 느낍니다.

 ‘더 빨리’나 ‘더 멀리’나 ‘더 짜릿하게’ 달리기로 치달릴수록, 자전거 사고는 일어나는구나 싶어요.

 ..

 마지막으로 아쉬운 대목을 하나 적어 보겠습니다. 우리가 참말로 안전하다고 느낄 만한 값싼 헬멧이 시중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차라리 야구 헬멧이 낫다고, 럭비하는 분들이 쓰는 헬멧이 낫다고 느껴요. 오토바이 헬멧이라면 그야말로 안전하겠지만, 너무 무거워서 고개를 돌릴 수 없겠지요. 가벼우면서 튼튼한 헬멧, 그러면서 누구나 걱정없이 장만할 수 있는 헬멧을, 왜 삼천리자전거 같은 회사에서는 안 만들고 있을까요? 가만히 보면, 헬멧뿐 아니라 앞등과 뒷등과 뒷거울을 너무 후줄근하게 만들어서 거님길 턱을 내려오며 쿵 찧어도 뒷등이 떨어져 나가는 수가 잦습니다.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오르다가 벽에 콩 박아도 앞등이 깨지는 수가 잦아요. 뒷거울은 더 그렇고요. 그러면서 상표 있는 앞등-뒷등-뒷거울은 값이 오지게 비쌉니다. 자전거 즐기는 사람들이 헬멧하고 멀어지게 하는 크나큰 까닭 가운데 하나는, ‘걱정없는 싼값으로 장만해서 쓰는 헬멧부터 쓰는 느낌이 좋고 안전하며 무겁지 않고 바람이 잘 드나드는 제품’을 만들어 주지 않는 자전거회사 장삿속도 한몫을 하지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사진기가방도 더 튼튼하게 만들지 않아서, 으레 반짇고리를 갖고 다니며 틈틈이 바느질을 해 주어야 합니다. 등산베낭도 그렇고요.

 그리고, 제 꿈이 있다면, 자전거를 즐기는 분들이 찻길에서든 거님길에서든 사고 걱정이 없도록 다닐 수 있도록 ‘찻길 문화-거님길 문화-교통 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빗길에 자전거를 달리는데, 마을버스 한 대가 뒤에서 자지러지게 경적을 울려대더군요. 다른 차들은 아무 말 없이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데 말입지요. 다른 버스도 아무 말 없이 제 옆을 많이 돌아서 가 주었고요. 그 마을버스는 정류장에서 모로 비틀어서 섭니다. 그렇게 비틀어 서는 일은 ‘버스 서는 원칙’에서 벗어난 짓이지만, 오로지 자전거를 못살게 굴 생각으로 그렇게 했어요. 덕분(?)에 두 개 찻길을 잡아먹은 버스라서, 뒤따르던 다른 자동차들은 왼깜빡이를 넣고 세 번째 찻길로 접어들며 잠깐 동안 병목막힘이 일어났습니다. 병목막힘이 일어났을 때, 저는 버스 왼쪽으로 살살 몰며 지나갔어요. 그렇게 지나간 뒤로 이 마을버스가 더 경적을 울려대지 않았습니다만, 비오는 날, 비맞으며 달리는 자전거라 한다면, 자동차를 모는 분들께서 더 조심해 주고 더 마음을 써서 자전거를 지켜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운전기사는, 알고 보면 ‘살인 미수’를 저질렀다고 할 수 있어요.

 자전거가 자동차를 위협할 일이란 없으나, 자동차가 자전거를 위협하는 일은 너무나 뻔질나게 일어납니다. 그래서 헬멧쓰기는, 자전거 타는 사람으로서 우리 목숨을 지키자는 안간힘과 같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헬멧을 쓰건 말건 자동차 모는 이들은 ‘자전거란 녀석을 아예 안 보거나 괴롭히기 일쑤’인 한편, 헬멧을 쓴 우리들 자전거꾼은 ‘자, 이제 안전장구를 갖췄으니 신나게 달려 볼까?’ 하면서, 안전하게 달리기와 멀리멀리 떨어져 버리는 일이 흔하게 일어납니다. 안전장구를 갖추었어도 ‘알맞는 빠르기를 지키며 앞뒤옆 길형편을 꼼꼼히 살필 수 있는 매무새’가 있어야 합니다. (4340.8.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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