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24.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민나리·김주연·최훈진 글, 오월의봄, 2023.5.8.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부릉부릉 매캐한 곳에서 비낀, 나무가 우거진 길을 거닐면 어디에서나 시원하다. 나무가 없는 곳이라면 시골도 메마르고 끔찍하다. 집으로 들어올 적에는 미닫이를 열고서 들바람을 쐰다. 개구리 노래잔치가 어우러지는 밤빛을 누린다.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를 읽었는데, ‘청소년 성소수자’를 바라보며 ‘이들은 이미 맞은쪽(피해자)이다!’라고만 글감을 잡고서 바라보려 하는 얼거리가 아쉽다. ‘맞은쪽’이라는 눈썰미가 아닌 ‘이웃’이라는 눈으로 보고서 어깨동무를 하는 손길이라면, 이 책은 확 달랐으리라. 어느 쪽도 옳거나 틀리지 않다. 두 쪽은 늘 다르다. 그런데, 삶이라는 터에는 두 쪽만 있을 수 없다. 다 다른 사람이기에 다 다른 쪽이다. 100억에 이르는 사람이 있으면 100억 갈래가 있게 마련이다. 어느 길(성별)로 굳이 가르려고 하니까 서로 고단하다. 오직 넋을 보고 얼을 보고 빛을 보고 숨결을 보고 사랑을 보면 넉넉하다. 넋도 얼도 빛도 숨결도 사랑도 안 보면서 “쟤들이 때린다!”고만 여기면, 그저 싸울 수밖에 없다. 왜 싸워야겠는가? 사랑은 싸워서 얻지 않는다. 사랑은 사랑으로 씨앗을 심는 푸른숲이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사랑을 보고 누리고 배우며 살아갈 적에 아름답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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