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10.


《고향에 계신 낙타께》

 김성민 글, 창비, 2021.1.15.



떠날 사람이 남길 글이 있다면, 떠날 사람한테 남길 글이 있다. 우리 집 무화과알을 훑는다. 바야흐로 사람도 누릴 날을 맞이한다. 보름 남짓 나비랑 새가 오롯이 누렸다. 나비랑 새랑 개미를 바라보면서 싱긋 웃는다. “얘들아, 너희가 보름 넘게 실컷 누렸으니, 오늘부터 사람도 하루에 한두 알쯤 누려도 될 테지? 같이 먹자.” 하늘빛은 파랗고, 밥내음이 퍼지는 들녘이다. 이삭이 처음 패는 새벽에 보드랍게 밥내음이 들에 내려앉는다면, 이삭이 처음 지는 저녁에 가만히 밥내음이 들에 깃들고, 천천히 여무는 나락에 따라 천천히 바뀌는 밥내음이다. 마침내 나락을 베어 들길에 고르게 펴서 말릴 적에는 뚝배기로 갓 지은 밥내음이 나고, 햇볕에 나락을 말리면서 슬슬 뒤집을 적에는 가마솥에 갓 지은 밥내음이 난다. 《고향에 계신 낙타께》를 읽었다. 말놀이하고 말장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말장난으로 더 기울었다. 놀이란, 노래를 가리키는 다른 삶빛이다. 장난이란, 재주를 부리려는 매무새를 가리키는 다른 허울이다. 장난을 치면, 장난꾸러기는 재미있을는지 모르나, 둘레에서는 재미없다. 놀이를 하며 노래를 부르면, 놀이순이·놀이돌이뿐 아니라, 둘레 누구나 즐거우면서 활짝 웃는다. 부디 말장난 아닌 말놀이를 바라보기를 바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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