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작가노조 : 일두레(노동조합)는 ‘먹고살 만하다’거나 ‘잘 먹고산다’고 할 만한 일꾼(노동자)이 모여서 두레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 도무지 먹고살 만하지 않거나, 그야말로 먹고살기 빠듯한 일꾼이 깨알만 한 힘을 그러모아서 목소리를 내는 자리이다. ‘작가노조’를 꾀하려는 분들 목소리를 제법 예전부터 들었지만 예나 이제나 시큰둥하다. ‘작가노조’가 생기더라도, 숲노래 씨는 그곳에 몸담을 마음이 터럭만큼도 없다. 참말로 일두레란, ‘흙두레(농사꾼노조)’부터 있을 노릇 아닌가? 오늘날 ‘농협’은 흙살림을 짓는 사람들 자리에 안 선, ‘지역 기득권 독점단체’일 뿐이다. 그리고 ‘아이두레(육아노조)’부터 있어야 하지 않을까? 흔히 ‘독박육아’라 하듯, 홀로 아이를 맡아 돌보면서 고단한 어버이가 넘쳐난다. 여기에 ‘숲두레’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날 숱한 환경단체는 시골이나 들숲바다에서 살지도 않을 뿐더러, 들숲바다 목소리를 들말·숲말·바다말로 들려주는 노릇조차 못 한다. ‘문인단체’에 ‘작가회의’가 있는데 작가노조는 왜 더 있어야 할까? 숱한 문인단체하고 작가회의가 엉터리에 엉성하기 때문에 작가노조가 있어야 한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면 문인단체하고 작가회의가 여태까지 어떤 ‘밥그릇 큰잔치’를 벌여 왔는지부터 낱낱이 밝히고 까고 알리기를 바란다. 또한 작가노조를 꾀하는 분들 스스로, 한 해 글삯을 얼마쯤 받는지 또렷하게 다 밝히기를 바란다. 끼리끼리 보아주고 감싸주고 치켜세우는 문인단체·작가단체하고 나란히, 똑같이 끼리끼리 보아주고 감싸주고 치켜세우는 작가노조가 될 듯해 보이기에, 그곳에 깃들 마음이 없다. 그냥 봐도 알 수 있다. 신문·잡지·매체에 글을 싣는 사람은 하나부터 열까지 그 나물에 그 밥이지 않은가? 이러면서 강연·강좌에 초중고등학교 특강까지 그들이 끼리끼리 차지하면서 돌라먹기에 나눠먹기를 하지 않는가? ‘글두레(작가노조)’를 여는 마음은 하나도 안 나쁘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근로장려금을 받는 글쟁이는 몇이나 있을까? ‘근로장려금’이 뭔지 알기나 할까? 그들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있을까? 그들 가운데 ‘특정 정치인 지지’를 안 하면서 ‘아이들 곁’하고 ‘들숲바다 곁’에서 살림을 지으면서 살아가는 이는 몇이나 될까? 모임삯(노조 회비) 오천 원∼만 원에도 벌벌 떠는 살림인 ‘작은글꾼’ 살림살이를 어느 만큼 헤아리면서 글두레(작가노조)를 하겠다며 목소리를 내는지 그저 아리송할 뿐이다. 아는가? ‘조중동’에 글을 싣는 사람 가운데 어느 누구도 ‘글두레(작가노조)’ 얘기는 벙긋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면 뭐가 잘못이거나 말썽일까? 또다른 끼리질(카르텔)을 쌓으려 하지 말고, 글두레가 없이도 그들 스스로 바꿀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면 된다. 2023.9.18.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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