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 단짝 브로콜리숲 동시집 9
한은선 지음, 신은숙 그림 / 브로콜리숲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2023.9.13.

노래책시렁 365


《오줌 단짝》

 한은선

 브로콜리숲

 2020.5.30.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무 말이나 하지 않을 줄 알 노릇입니다. 때를 가리고 자리를 살피면서 바람을 읽고 햇살을 따라서 별빛으로 말할 줄 안다면, 누구나 눈을 반짝이는 어른일 테지요. 둘레를 보면, 때를 가려서 얼굴을 꾸미고 자리를 살펴서 옷을 입는 사람만 수두룩합니다. 얼굴하고 몸을 치레하거나 씌울 줄만 알면 어른일까요? 마음을 헤아리지 않아도 어른일 수 있을까요? 사랑을 지어서 펴려는 숨결이 없다면 어떻게 어른일까요? 《오줌 단짝》은 여러모로 장난스레 말을 엮습니다. 장난스럽고 개구진 말잔치는 안 나쁘되, 말빛이나 말살림하고 멀어요. ‘살림’은 ‘장난’이 아니거든요. 살림은 자잘할 수 없어요. 살림은 사랑스럽고, 살림은 즐거워요. 말이 태어난 때를 알아보기를 바랍니다. 말이 깨어난 자리를 들여다보기를 바라요.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는 숱한 말은 살림터가 아닌 ‘잿터’인 서울(도시)에서 만들었습니다. ‘숲에서 지은 말’이 아닌 ‘서울에서 뚝딱뚝딱 맞춘 말’이 확 퍼졌어요. ‘만들기 = 맞추기’입니다. ‘짓기 = 살리기’예요. “말이 씨가 된다”는 숲에서 살림을 짓던 옛사람이 아이들한테 슬기롭게 물려주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말씨앗을 생각한다면 ‘세 살 버릇’ 속뜻을 제대로 읽겠지요.



흙 속에서 / 하늘 향해 // 끙차! / 심지 밀어 올려 // 햇살 아래 / 피워 올린 // 일렁일렁 / 초록 불꽃들 (무 밭/48쪽)


“장하린, 다리 그만 떨어. / 세 살 버릇 여든 간다잖아!” // “엄마, 그럼 여든한 살 되면 / 자동으로 고쳐지는 거죠?” // “으이구, 내가 못살아.” // 엄마는 못살아 못살아 하면서 / 참 열심히 산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면/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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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 단짝》(한은선, 브로콜리숲, 2020)


책을 공들여 만들어 준

→ 책을 땀흘려 엮은

→ 책을 힘껏 여민

3쪽


수런수런 이야기 나눌 때

→ 수런수런 이야기할 때

12쪽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왔다

→ 왼쪽 다리를 다져서 왔다

→ 왼쪽 다리를 굳혀서 왔다

18쪽


흙 속에서 하늘 향해

→ 흙에서 하늘 보며

48쪽


햇살 아래 피워 올린

→ 햇볕에 피워 올린

48쪽


자동으로 고쳐지는 거죠?

→ 저절로 고쳐요?

→ 스스로 고쳐요?

6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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