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11.


《편지, 김남주 연서》

 김남주 글, 이룸, 1999.2.3.



빗소리를 들으며 눈을 뜬다. 짐을 꾸려 일어날 즈음에는 비가 멎는다. 전철나루로 걸어가는데 꽤 멀다. 놓치고 헤매느라 12시 시외버스를 코앞에서 못 탄다. 13시 30분에 순천으로 건너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린다. 부산뿐 아니라 대구도 광주도 인천도 서울도 사람밭이다. 부천도 순천도 강릉도 원주도 사람밭이다. 풀밭과 꽃밭과 나무밭을 이루면서 바람밭과 노래밭을 이루는 터전으로 거듭나는 길은 어디일까. 1999년에 새옷을 입은 《편지, 김남주 연서》를 들춘다. 어느덧 오랜 이야기로 남은 글자락이다. 1989년에 《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로 나온 꾸러미인데, 앞으로 다시 나오기는 어렵겠지. 멧골을 같이 넘고, 냇물을 함께 건너면서, 천천히 어깨동무로 나아가는 사랑빛을 그리는 마음을 담은 글자락이다. 1989년과 1999년과 2023년은 참으로 다르다. 이 나날을 가로지른 사람들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그리면서 걸어왔다고 여길 만하고, ‘앞으로 새롭게 지을 꿈’을 품으면서 살아왔다고 여길 만하다. ‘같이’란, ‘고요히 곱게 곰곰이’ 가는 몸짓이다. ‘함께’란, ‘하늘빛으로 크게(하게) 하나로’ 가는 몸차림이다. ‘사랑’이란, 사람으로서 사이에 숲빛을 머금으면서 마주하는 몸빛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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