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31.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글, 아르테, 2019.6.28.



집에서 조용히 보내는 하루이다. 집안을 추스르면서 누리는 하루이다. 구름이 걷히면서 드러나는 새파란 하늘빛을 본다. 다시 구름이 모이면서 얼룩덜룩 물드는 온갖 무늬를 본다. 새로 장만한 옷가지를 신나게 빨래한다. 새옷은 빨래비누로 두벌씩 빨고 헹군 뒤에, 잿물에 담가서 한벌 더 빨고 헹군다. 이러고 며칠쯤 해바람을 쏘인다. 우리 집 세 사람 몫으로 긴옷 열두 자락에 깡똥바지 석 자락을 빨래해서 널자니 등허리가 결리지만 개운하다. 지난날 두 아이 천기저귀에 이불에 포대기에 갖은 빨래살림을 돌아보면, 이만 한 빨래는 매우 가볍다. 해질녘에는 풀노래가 그윽히 퍼진다. 《두 번째 페미니스트》를 읽었다. 집돌이라는 이름으로 곁님을 사랑으로 품으려는 마음은 반갑고 따사롭되, 어쩐지 목소리가 너무 앞서가는구나 싶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며 살림을 꾸리는 분은 다들 알 텐데, 글 한 자락 쓸 겨를은 아예 없다시피 하다. 그래도 가까스로 잠을 쫓으며 글 몇 줄을 쓰는 뜻이라면, 우리가 새롭게 일굴 앞길이란, 보금자리에서 어깨동무하는 사랑을 숲빛으로 푸르게 밝히려는 꿈 하나라고 여기기 때문이리라. 목소리를 글에 얹기보다는, 스스로 맡고 누리고 즐긴 집안일을 수수하게 적으면 된다. 돌봄글(육아일기)을 쓰시기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덧.

숲노래 씨는 스무 살이던 무렵부터

서른 해째 손빨래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