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반대한다 - 우리시대에 고하는 하워드 진의 반전 메시지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 이후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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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인문책 2023.8.21.

인문책시렁 313


《전쟁에 반대한다》

 하워드 진

 유강은 옮김

 이후

 2003.2.19.



  《전쟁에 반대한다》(하워드 진/유강은 옮김, 이후, 2003)를 스무 해 앞서 읽을 적에 알쏭했던 대목을 이제서야 환하게 봅니다. 하워드 진 님이 쓴 꾸러미는 “on war”였더군요. 하워드 진 님은 “against war”가 아닌 “on war”를 보고, 짚고, 다루고, 밝히고, 이야기했어요. 무엇이 싸움이고, 싸울아비이며, 싸움판이고, 싸움돈에다가, 싸움박질인가를 하나하나 벗겨내면서 속낯을 바라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처음부터 목소리로만 “전쟁 반대”를 하지 않았고, 하지 않을 일이자, 할 까닭이 없어요. 싸움터 한복판에 싸울아비로 뛰어들어서 ‘숱한 독일놈을 잿더미로 죽이는 짓’을 함께하고 나서, “내가 뭘 했는가?”를 돌아보았고, “몹쓸 독일놈을 짓밟았으니 평화인가?” 하고 되물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별이나 나라나 마을이 참답게 ‘민주·평등·평화·통일’이라고 한다면, ‘나랑 뜻이나 길이나 말이나 마음이 다른 저쪽’을 ‘저놈(적·적군)’이라 해서는 안 될 노릇입니다. 저놈을 모조리 몰아내거나 죽이거나 없애면 ‘민주·평등·평화·통일’인가요? 하워드 진 님도, 리영희 님도 ‘두 날개(어깨동무)’를 이야기했습니다. ‘외날개(왼날개)’로만 가서는 안 된다고 힘껏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왼날개인 외날개여서도, 오른날개인 옳은날개여서도 안 됩니다. ‘두 날개’일 노릇입니다.


  두 다리이기에 걷습니다. 다리 하나가 없으면 나무다리를 대고서 걷습니다. ‘손잡기(악수)’란 너랑 내가 손을 하나씩 나누어 ‘둘이 하나로 함께하는 어깨동무’입니다. 그런데 나라꼴을 보면, 이쪽하고 저쪽은 서로 밉놈이나 죽일놈으로 여기면서 막말을 쏟아붓고 화살을 쏘아댑니다.


  순이랑 돌이가 서로 싸워야 할 사이일까요? 순이돌이는 먼먼 옛날부터 ‘서로 다르기에 서로 돌보면서 어깨동무하는 보금자리를 일구는 사랑을 나누는 사이’이지 않나요? 순이를 괴롭힌 이는 돌이가 아닌 ‘힘꾼(권력자)’하고 ‘힘꾼 밑에 달라붙은 허수아비’입니다. 그래서 순이를 괴롭힌 돌이뿐 아니라, 순이를 괴롭힌 순이가 있어요. 겉모습으로만 순이나 돌이를 본다면 허울에 갇혀 날마다 툭탁거리면서 서로 미워하고 괴롭히는 쳇바퀴로 허덕여요.


  그렇다면 누가 싸움을 일으키고, 우리가 서로 미워하도록 부추길까요? 바로 힘꾼(권력자)입니다. 이쪽 무리 우두머리이든, 저쪽 무리 우두머리이든 서로 같아요. 누가 우두머리로 서든 그들은 늘 힘꾼이기에 왼쪽도 오른쪽도 우리를 부추겨서 싸움을 붙이고서 뒤에서 팔짱을 끼며 구경합니다. 순이돌이는 언제나 어깨동무하는 사랑을 가꾸는 사이인데, 그들 힘꾼은 순이랑 돌이가 서로 마구 싸워대도록 불을 붙이고 불씨를 놓습니다. 순이돌이 스스로 마음을 태워서 싹이 못 틀 만큼 망가지기를 바라더군요.


  눈을 뜰 노릇입니다. 눈을 뜨고서 속빛을 볼 노릇입니다. “against war”가 아닌 “on war”를 보아야 합니다. ‘싸움’이 무엇이고, 누가 싸움을 일으키고, 누가 싸움판에서 길미를 챙기면서 히죽거리는지를 제대로 볼 노릇입니다. 순이돌이가 어깨동무 아닌 쌈박질로 갈라치기를 하면 누가 웃을까요? 어깨동무란, 돌이가 높지도 순이가 높지도 않은 사이입니다. 둘은 나란히 걸어갈 사이입니다. ‘민주정치’도 매한가지예요. 이쪽하고 저쪽 무리뿐 아니라, 그쪽이나 온갖 쪽 무리도 어우러질 적에 비로소 ‘민주정치’입니다. 힘꾼(대통령·청와대·국회의원·시도지사·장관·총리) 입김에 따라서 휘둘린다면 터럭조차도 민주가 아니고 정치가 아닙니다.


  불타오르면(분노하면·증오하면) 스스로 죽고, 동무랑 이웃까지 불태워 죽입니다. 사랑하면 스스로 살고, 이웃하고 동무랑 손을 잡고 어깨를 겯으면서 이 별을 푸른숲으로 가꿉니다.


ㅅㄴㄹ


주장이 아무리 ‘정당’하거나 ‘인도적’일지라도, 모든 전쟁의 변치 않는 고갱이는 국가 지도자들의 거짓말을 동반한 무고한 이들에 대한 계획적인 살육이기 때문이다. (17쪽)


이라크 폭격에 사용된 크루즈미사일은 모두 한 기당 가격이 백만 달러에 달하는 것이었는데, 국방부는 약 2백50기를 사용했다. 크루즈미사일에만 2억5천만 달러가 들어간 것이다. (40쪽)


베트남 참전군인들에게 물어보라. 죽은 이의 가족들에게 물어보라. 수족이 잘린 사람들과 걸어다니는 부상자들에게 물어보라. 그렇다. 누군가는 그것이 훌륭한 대의였다고 주장할 것이다. 누군들 많은 생명이 헛되이 낭비됐다고 생각하고 싶겠는가?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증오와 분노에 가득 차 있다. (118쪽)


오늘날 드러난 증거들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일본 침공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184쪽)


전쟁이 끝난 뒤 의구심은 커져갔다. 나는 역사책을 읽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여러 민족의 독립과 자결권을 위해 싸운 것일까? 그렇다면 전쟁과 정복을 통해 팽창해 온 미국 자신의 역사는 도대체 무엇일까? (242쪽)


#OnWar #HowardZinn


우리는 누락된 정보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 우리는 빠진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 우리는 사라진 얘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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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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