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86 포근빛



  아무리 매캐한 곳이어도 하늘과 구름은 늘 포근히 안아 주면서 삶을 즐기라고 알려주지 싶어요. 마음을 들인 자리에 햇살이 즐겁게 스며들리라 생각합니다. 마음을 들이지 않는다면 한여름에도 오들오들 떨거나 찬바람이 휭휭 불겠지요. 우리 삶터를 보면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어버이 손길을 훌쩍 떠나야 합니다. 어린이집이 있으면 나쁘지 않습니다만, 왜 어버이는 아이랑 아침에 헤어져서 돈을 벌어야 하고, 저녁에야 비로소 얼굴을 봐야 할까요? 왜 아이는 ‘사랑으로 낳은 어버이’ 손길하고 떨어진 채, 삶도 살림도 사랑도 보금자리에서 못 누려야 할까요? 가만 보면, 어린배움터부터 푸른배움터 열두 해는 불구덩이(지옥)입니다. 배움수렁(입시지옥)이에요. 배움수렁을 앞두고 아이들을 ‘집밖에서 나돌도록 길들이는 얼개’인 우리나라입니다. 이와사키 치히로 님이나 바바라 쿠니 님 그림책을 펴면 ‘다정·행복’ 같은 말을 굳이 안 씁니다. 이러한 낱말이 아닌 삶자리에서 아이어른이 얼크러지면서 노래하는 나날이 스스럼없이 ‘다정·행복’일 테니까요. 책이름에 ‘다정·행복’을 쓴다면, 그야말로 사랑이 메마른 민낯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포근한 책은 이름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스스로 해님을 품고 노래하기에 포근빛으로 물듭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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