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7.


《womankind vol. 20》

 나희영 엮음, 바다출판사, 2022.8.1.



풀벌레노래가 없는 아침을 맞이한다. “부산이니까 그렇지 뭐.” 하고 혼잣말을 하다가, 두멧시골 아닌 온나라 모든 곳이 새·개구리·매미·풀벌레가 새벽을 알리지 않는다면, 하루 내내 푸른노래를 못 듣는다면, 사람들은 무슨 소리를 마음에 담으면서 스스로 삶을 꾸리려나? 엄청나게 끔찍하지 않은가? 사람이 사람다움을 잊고, 순이돌이가 순이돌이다움을 잃는 까닭은 숲을 등진 탓 아닌가? ‘다움’은 굴레가 아닌 빛이다. 나무는 나무답기에 나무이다. 나비는 나비답기에 나비이다. 사람은 사람다워서 사람이다. 왜 가시내나 사내란 몸인가? ‘이 몸으로 사랑을 펴는 길을 누구나 스스로 골랐기 때문’이다. 이쁜 몸이나 얼굴이 아니고, 못생긴 얼굴이나 몸이 아니다. 저마다 다른 삶이자 길이자 하루이다. 그런데 숲빛을 등지고 서울(도시)만 마주하는 사이 그만 ‘왜 이 몸을 입고 사랑을 펴려고 태어났는가’를 몽땅 잊어버린다. 《womankind vol. 20》을 돌아본다. ‘맨카인드’는 어리석은 낱말인데, 굳이 ‘우-’를 앞에 붙여 함께 어리석지 않기를 빈다. 가르기에 갇힌다. 영어는 ‘man’를 돌보려고 ‘wo + man’으로 순이가 앞에 선다. 우리말은 그냥 ‘암수·어버이·가시버시’처럼 처음부터 고스란히 순이가 앞에 있다. 눈을 뜨자.


+


※ 덧붙이면, 돌이(남성·man)는 홀로서지 못하는 숨결이다. ‘심부름’은 하되 ‘일’을 하지는 못하는 돌이인데, 곁에서 순이(여성·woman)가 길머리를 잡는 멧숲(갓)으로 품기에 사랑을 알아보고서 ‘일하는 사람’으로 스스로 설 수 있다. 그러나 순이가 돌이를 일깨우는(일을 시키고 잠을 깨워 가르치는) 노릇을 안 하고서 가르기(분열)만 한다면, 돌이는 순이한테서 ‘가르기(편가르기·싸움)’를 배워서 그만 끼리끼리·서로서로 가르고 싸우는 굴레에 갇힌다. 이러면서 돌이도 순이도 서로 미워하는 마음만 키운다. 처음부터 돌이도 순이도 어느 쪽이 크거나 작지 않고, 낮거나 높지 않다. 그저 ‘암·수’로 태어날 뿐이다. ‘나·너’로 ‘우리’인 ‘사람’일 뿐이기에, 둘로 나타는 사이에서 사랑을 짓는 숨결로 푸르게 숲을 이루어야 빛나는 하루로 나아간다. 낱말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면서 생각을 지필 노릇이다. ‘말장난’이 아닌 ‘말풀이’를 하면서, 순이돌이 둘이 어깨동무하면서 서로 사랑으로 마주할 새길을 찾도록 북돋우는 몫을 하기에 비로소 ‘어른’이자 ‘어버이(어머니 + 아버지)’라 할 수 있다.


영어로 보면 ‘man’은 “잠든 마음”이다. ‘잠든 마음(man)’ 앞에 ‘wo(wonder·wolf·warm)’가 찾아들어서 감싸고 가르치고 깨우기에 둘은 새롭게 하나인 사람으로 일어선다. 다만 ‘warm’을 잊으면서 ‘m(man)’을 그저 쳐내려고만 하면 ‘가시(war)’로 서고 만다.


우리말 ‘머스마’는 ‘머슴’이다. 우리말에서 ‘사내’가 왜 ‘머슴’이겠는가? ‘가시내·사내’에 똑같이 ‘-내’라는 말이 붙는 밑뜻을 읽어낼 노릇이다. ‘가시’는 ‘갓’이다. ‘갓’이 품는 깊고 넓게 힘센 숨결을 헤아릴 수 있다면, 이러한 낱말을 뿌리로 ‘가다’라는 낱말이 ㄱㄴㄷ에서 첫머리를 여는 수수께끼까지도 읽어낼 수 있다. ‘사내’는 ‘사다(삼다·살다·서다·설다·섬기다)’를 바탕으로 ‘사랑’으로 가려는 넋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