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9.
《황금의 꽃 1》
이현세 글·그림, 학산문화사, 2023.3.24.
엊저녁부터 구름이 모였고, 아침에 비를 뿌린다. 비는 오다가 멎기를 되풀이한다. 바람도 조금 세게 불다 잠들기를 되풀이한다. 마을 곳곳에서 쇠낫으로 풀을 치는 소리가 한참 퍼진다. 드디어 이 모든 자잘소리를 잠재우는 비가 시원스레 쏟아지고 바람도 훅훅 분다. 밤새 돌개바람이 가볍게 흔드는 사이사이 풀벌레 노랫가락이 섞인다. 풀벌레하고 풀 한 포기를 나눌 수 있기에, 우리 스스로 푸른바람을 머금고, 새가 먹이를 잡는다. 나무 한 그루를 돌볼 수 있기에, 매미가 깨어나 노래하고, 거미랑 새가 살림을 지으며, 사람도 푸른터를 누린다. 《황금의 꽃》이 스물일곱 해 만에 다시 나온다. 한겨레가 선보인 그림꽃이라 해도 오늘날 되읽히기 창피한 줄거리에 그림이지 않은가? 이런 그림꽃을 다시 낼 돈을 쓰지 말고, 《이 세상의 한 구석에》 같은 그림꽃을 되살리기를 바란다. 사람을 노리개로 다루는 나라(국가질서)를 나무라는 《황금의 꽃》이 아닌, 오히려 사람을 노리개로 다루는 줄거리로 눈길을 끌면서 이 얼개를 단단히 굳히려는 《황금의 꽃》이지 싶다. 이와 달리 ‘코오 후미코’라는 ‘히로시마 그림순이’가 여민 그림꽃은 ‘수수한 사람이 수수하게 일굴 푸른나라’를 수수한 들꽃으로 여미어 낸다. 우린 언제쯤 들꽃을 볼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