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의 선택 - 생명공학의 위험과 비윤리성
박병상 지음 / 녹색평론사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8.10.

숲책 읽기 198


《파우스트의 선택》

 박병상

 녹색평론사

 2000.10.23.



  《파우스트의 선택》(박병상, 녹색평론사, 2000)을 오랜만에 되읽습니다. 박병상 님은 마흔을 조금 넘은 무렵 이 책을 써냈고, 어느덧 예순을 훅 넘어가는 하루를 보냅니다. 서울 곁 인천에서 나고자라면서 ‘푸른숲이 짓밟힌 큰고장’이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지켜보기도 했고, ‘푸른숲이 짓밟힌 큰고장에서 나고자라는 어린이’가 어떻게 푸른넋이 없이 설치는가를 보기도 했을 테지만, ‘푸른숲이 짓밟힌 큰고장에서 나고자랐기에 오히려 푸른빛을 찾아내고픈 어린이’를 보기도 했을 테지요.


  스무 해 남짓 가로지르는 푸른책(환경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 ‘푸른눈’을 되찾기도 해야 하고, 푸른물결(환경운동)에 몸바치는 사람도 ‘푸른몸’을 되찾을 노릇입니다. 요사이는 ‘푸른척(그린워싱)’을 나무라는 목소리를 이따금 들을 수 있습니다만, 적잖은 푸른물결(환경운동)도 안타깝게 ‘푸른척’이었습니다.


  잘 봐야 합니다. 비닐을 안 쓰고 수저를 챙기던 사람은 2023년뿐 아니라 2000년에도 1990년에도 챙기고 살림을 했습니다. 쇳덩이(자동차)를 안 끌면서 걷거나 두바퀴(자전거)를 달리는 사람은 2023년뿐 아니라 2000년에도 1990년에도, 또한 앞으로 2040년에도 두 다리에 두바퀴로 살아갑니다.


  큰고장이나 서울에서 태어났더라도 푼푼이 살림돈을 모아서 큰고장이나 서울을 즐겁게 떠나 시골이나 멧골이나 숲에 깃드는 사람이 있어요. 그렇다면, 푸른물결로 일하거나 푸른목소리를 내는 분 가운데 ‘몇 사람’이나 큰고장하고 서울을 떠났나요? ‘몇 사람’이나 쇳덩이를 거느리지 않나요? ‘몇 사람’이나 잿집(아파트)을 떠났나요?


  반드시 시골이나 멧골이나 숲에서 살아야 한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삶터하고 일터가 시골·멧골·숲이 아닐 적에는, ‘푸른척’이 얼마나 드세게 끼리질(카르텔)을 이루면서 눈가림에 눈속임을 하는지 못 보거나 등돌린다는 소리입니다. 왜 다들 서울이나 큰고장에서만 푸른물결을 할까요? 왜 시골 한켠이나 멧골에서 조용히 푸른목소리를 내지는 않을까요? 돈 때문인가요? 이름 때문인가요? 목소리를 낼 길(언론) 때문인가요?


  ‘글(이론)’은 이제 됐습니다. 살림(실천·생활)을 어떻게 꾸리는지를 밝힐 때입니다. 목소리는 그만 내기 바랍니다. 전남 고흥에서 ‘펑펑’ 쏘아대는 것이 ‘우주발사체’일까요, ‘미사일(대륙간탄도탄)’일까요? 전남 ‘고흥항공센터·드론센터’에서 여태 ‘어떤 드론시험’을 했을까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쳐들어가지 않았으면 ‘드론’은 거의 ‘군사드론’인 줄 몰랐을 사람투성이입니다. 목소리만 내서는 푸른물결이 아닌 푸른척에서 그치고, 푸른길 아닌 푸른시늉에서 쳇바퀴를 돌고 맙니다. ‘그들’만 푸른흉내를 내지 않아요. 푸른물결을 하는 분들 스스로 푸른굴레에 갇혀서 허덕이는 오늘날 모습입니다.


ㅅㄴㄹ


특정 농약에 저항성을 갖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농약을 덜 뿌려도 되므로 환경에 이로울 것이라는 궤변도 들린다. 그런데 우리의 서글픈 환경은 농약을 덜 뿌리기만 해도 회복될 정도로 건강하지 못하다 … 농약소모가 많아야 돈을 벌 농약회사들이 적량 생산판매를 고수할 리 만무하다. (15쪽)


생명공학은 대안일 수 없다. 대안은 생태사회에 있다. (20쪽)


경찰청은 전 국민의 지문 전산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에 찍힌 지문은 종이 주민등록증에 찍히 지문에 비해 식별이 훨씬 용이하므로 범죄자 색출이 그만큼 쉬워진다는 게 경찰당국의 자랑이다. 그렇다면, 누가 봐도 뻔한 범인을 관할구역 탓하며 미루다 놓치고 시민이 잡은 범인도 유유히 사라지는 판국에, 경찰은 지금까지 지문을 식별 못해 범인을 못 잡았을까? (39쪽)


임산부는 언제부터 환자가 되었을까. 서양의 경우, 여성들의 오랜 영역이었던 출산에 남성들이 개입하면서 의과분야로 흡수하게 되었다 … 이후 경험 많은 산파보다 남성 의사들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고, (50쪽)


대지를 오염시키며 다국적기업의 이익에 충성하는 생산력 증대가 이 시대의 대안일 수 없다. 요컨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생의 페미니즘’이다. (수렵채취 사회에서 남성의 수렵행위보다 여성의 채취 역할이 식솔들을 먹여살리는 데 훨씬 큰 몫을 담당했다고 한다) (62쪽)


‘물질과 정신의 분리’ 이래 인간 이외의 물질은 오직 인간을 위해 이용되어야 할 ‘대상’이 되고 말았다. 식물도 동물도 다 마찬가지였다. (139쪽)


인구증가보다 더 무서운 것은 중앙공급식 소비문화에 획일적으로 매몰되는 인간들의 과소비 풍조다. 이제 우리는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발적인 가난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독특한 지역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가진 자급자족 공동체의 회복 가능성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155쪽)



생명공학기술이 혹세무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 목숨다룸길이 눈가림을 하는 뜻이 무엇인지를 먼저 헤아려야 한다

36쪽


산아제한을 꾸준히 수행한다고 해도

→ 아기를 꾸준히 안 낳는다고 해도

→ 아이르 꾸준히 막는다고 해도

56쪽


부가가치를 먼저 생각한다

→ 돈을 먼저 생각한다

→ 덤을 먼저 생각한다

→ 벌이를 먼저 생각한다

5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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