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연필 - 연필이 연필이기를 그칠 때 아무튼 시리즈 34
김지승 지음 / 제철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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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8.7.

읽었습니다 244



  어린배움터에 처음 깃든 1982년부터 손에 쥔 글붓을 뗀 날이 없다가, 1995년 11월 6일에 싸움터(군대)에 들어가며 비로소 글붓을 못 쥐는데, 날마다 총이나 삽을 쥐면서 강원 양구 멧골짝에서 허덕이다가 바깥바람을 다시 마실 수 있던 1997년 12월 31일부터 오늘(2023.8.7.)에 이르도록 한 손에는 어김없이 글붓이 있습니다. 다른 손에는 호미나 낫을 쥐기도 하고, 빨래비누나 수세미를 쥐기도 하고, 아이를 안고서 부채를 쥐기도 하고, 아이를 태운 두바퀴(자전거)를 달리기도 해왔습니다. 《아무튼, 연필》을 읽었습니다. 글붓하고 얽힌 영어(pencil)를 알아보려고 애쓰셨구나 싶은데, 우리 삶자리에서 ‘붓’이 무엇인지도 헤아린다면, 글길도 삶길도 꽤 새롭게 틔울 만할 텐데 싶더군요. 순이만 이름을 못 남기지 않았어요. ‘흙’을 만지고 ‘숲’에서 살아온 모든 수수한 사람들은 발자취(역사)가 없다고 여길 만합니다. 힘을 쥔 이들은 순이도 돌이도 똑같이 이름을 남겨요.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이나 ‘리제 마이트너’를 볼 수 있다면, ‘바바라 쿠니’하고 ‘엘사 베스코브’를 지나, ‘이와사키 치히로’하고 ‘유미리’도 볼 수 있을 테지요. “여성적 글쓰기”는 나쁘지 않되, “사랑을 숲빛으로 짓는 글살림”일 때라야만 온누리를 고요하면서 아름답고 참하게 품어서 풀어내리라 봅니다. 퍽이나 아쉬운 책입니다.


ㅅㄴㄹ


《아무튼, 연필》(김지승, 제철소, 2020.10.12.)


연필이라는 명칭과 그 실체가 우리가 익히 아는 현대의 그것과 가까워지는 건 대략

→ 글붓이라는 이름과 모습이 우리가 익히 아는 오늘하고 가까울 즈음은 얼추

11쪽


영국에서도 유사한 증언이 나온다

→ 영국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있다

→ 영국에서도 닮은 이야기가 있다

12쪽


이런 여성들, 청첩장이나 묘비에도 이름을 쓸 수 없는 존재들

→ 이렇게 모심글이나 무덤돌에도 이름을 쓸 수 없는 사람들

→ 이렇게 모심글이나 무덤돌에도 이름을 쓸 수 없는 순이

12쪽


쓰는 이의 상상력은 자기 글을 읽어 줄 독자들의 범위까지 발휘되는 건지도 모른다

→ 쓰는 이는 읽어 줄 이들한테까지 생각날개를 펴는지도 모른다

15쪽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불안이 임계점을 넘었을 때

→ 두려워 구석에 몰렸을 때

→ 두려운 나머지 펑 터질 때

2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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