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29.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글, 창작과비평사, 1978.11.1.첫/1990.10.20.3벌



빗발이 가실 듯하면서 가시지 않는다. 빨래를 미루다가 해놓는다. 빗소리에 흐르는 숨소리를 듣는다. 하루를 이야기하고 돌아본다. 비가 오든 말든 저잣마실을 다녀올 일이다. 집에서는 오롯이 빗소리에 잠긴 하늘빛을 누리지만,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만 나가더라도 부릉부릉 매캐한 김이 둘레에 가득하다. 시골사람도 빗소리를 가까이하지 못 한달까. 아니, 이름은 시골이어도 읍내나 면소재지에서 사는 사람이 훨씬 많으니, 참말로 ‘시골에서 사는 사람’은 이 나라에 ‘티끌(0.01)’만큼이지는 않을까? 그래, 티끌이로구나.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되읽었다. 1992년에 처음 읽었는데, 2023년에 되읽으니 새롭기도 하되 글님이 1978년에도 스스로 못 넘거나 안 넘은 울타리가 보이기도 한다. 다시 시골버스로 집으로 돌아오니, 두 아이가 마중을 나왔네. 빗길에 두 아이가 개구리를 밟았다. “아이고!” 하고 소리를 낸들 늦었다. 그러나 개구리는 멀쩡하다. “와! 고무신을 꿰었기에 개구리가 밟혔어도 안 눌렸구나!” 구두나 달림신(운동화)을 꿰고서 개구리를 밟았으면 바로 죽었으리라. 맨발로 뱀이나 개구리를 밟아도 뱀이나 개구리는 안 다친다. 우리는 어떤 차림새일까? 우리는 ‘사람끼리’도 갉을 뿐 아니라, ‘푸른이웃’을 등졌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